[화요경제 항산항심] 부산경제 비상의 여의주 혁신형 창업
지역 경제 상황이 어떠한지 분석하는 일이 본업인지라 일종의 직업병인지도 모를 일이다. 퇴근길이나 저녁 후 산책을 하면서 식당이나 술집을 기웃거려 주인 혼자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식당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예전에 비해 일찍 불이 꺼지는 가게를 보면서 한두 달 늦게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에 앞서 경기를 직감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둘러 싼 미중 갈등,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교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경제성장 동력이 약화되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경제 침체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저금리와 확장적 재정지출로 가계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부채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고금리와 고물가의 압박이 힘겹다. 취약한 산업구조로 경기 대응력이 낮은 부산도 대내외 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역경제 회복력도 낮다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경제 불확실성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 경제 기초체력을 견고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혁신형 창업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혁신의 범주는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 비즈니스 모델 등 혁신이 가능한 광의의 분야를 의미한다. 혁신형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창업생태계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 즉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창업 관련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창업 환경의 유기적 결합이 혁신형 창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이다.
부산은 동남권 경제 허브 도시로 혁신형 창업에 필요한 제반 여건이 양호한 상황에서 아시아 창업 중심도시 도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지역 창업기업들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 유니콘 기업에 선정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혁신형 창업과 창업기업의 스케일업과 관련한 생태계는 부족한 부문이 존재하고 있다. 공공부문 주도의 창업지원정책은 투자와 통합 창업 플랫폼 등에서 취약하다. 또한 지역 대학의 경우 자체의 창업지원책에 국한되어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지역 대·중견기업의 창업 기여도가 약하고, 혁신형 창업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액셀러레이터의 활동이 저조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수도권에 70%가 넘는 벤처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부산은 혁신형 창업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민간 부문 투자가 크게 저조하다.
부산의 혁신형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창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초기 창업(start-up)을 위한 지원 중심에서 성장(scale-up)을 위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에서 전문가 및 멘토, 액셀러레이터, 투자자 등 핵심 플레이어들의 창업 노하우를 공유·확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창업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수도권 중심의 창업지원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창업생태계를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FLY ASIA와 같은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의 창업 관련 공유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의 공유 및 활용이 필요하다. RISE 사업에 혁신형 창업 관련 예산을 편성하여 분절되어 있는 대학 창업 관련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형 창업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창업과 기업의 성장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루프·원스톱(one roof·one stop) 창업지원서비스가 가능한 통합 창업허브 구축이 필수다. 부산시와 KDB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부산형 혁신창업타운’의 조기 설립이 요구되는 이유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스페이스-K’ 부산 유치도 중요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희망을 말한다. 2024년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다. 마음대로 되는 구슬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혁신형 창업이 부산경제가 비상할 수 있는 여의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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