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이 국내기업 잡는 사이 외국업체가 시장 점령 우려”

이새샘 기자 2024. 1.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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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외국의 어떤 기업이든 자유롭게 들어와 경쟁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만 봐도 알 수 있죠.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 경촉법)은 자칫 국내 기업들이 무거운 추를 단 채 외국 빅테크들과 경쟁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토종 플랫폼'이 없는 유럽은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유럽 밖의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만든 것"이라며 "한국은 유럽과 상황이 달라 한국 기업만 규제를 받고, 외국 기업은 규제를 받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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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법 전문가 홍대식 서강대 교수
대형 플랫폼 반칙 막아야 하지만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 가능
외국빅테크와 경쟁 역차별 안돼… 사전규제땐 사업 시도 막힐수도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홍 교수는 법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국내 플랫폼 사정과도 맞지 않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국은 외국의 어떤 기업이든 자유롭게 들어와 경쟁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만 봐도 알 수 있죠.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 경촉법)은 자칫 국내 기업들이 무거운 추를 단 채 외국 빅테크들과 경쟁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정부의 플랫폼 경촉법 추진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경쟁법 전문가로 꼽히는 홍 교수는 현재 한국경쟁법학회장도 맡고 있다.

플랫폼 경촉법은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선 정부가 매출액,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을 바탕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한다. 지정된 사업자는 자사 제품 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것) 등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시정명령, 과징금 등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을 줄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이 같은 플랫폼 기업 규제를 추진한다는 점을 입법 추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토종 플랫폼’이 없는 유럽은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유럽 밖의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만든 것”이라며 “한국은 유럽과 상황이 달라 한국 기업만 규제를 받고, 외국 기업은 규제를 받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동영상 플랫폼 태동기에 판도라TV 등 국산 동영상 플랫폼이 저작권법 등의 규제를 받는 사이 해외 기업인 유튜브는 법망을 피해 결국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점령한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는 월평균 이용자 수가 매월 최대 200% 이상 증가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역시 중국 플랫폼인 테무도 지난해 7월 한국 진출 이후 3개월 만에 200만 명가량의 이용자를 모았다.

홍 교수는 입법 취지인 부당행위 제재와 관련해 “한국의 공정거래법에 이미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상공인 보호는 상생협력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오히려 플랫폼 기업이 주는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소비자나 소상공인이 엉뚱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가 플랫폼 경촉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타낸 또 다른 배경은 ‘혁신 저해 가능성’에 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성공하려면 이 사업 저 사업을 자유롭게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만약 사전규제 방식을 도입한다면 모든 비즈니스 시도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지난해 12월 27일 “플랫폼 경촉법이 국내 스타트업 성장에 유리천장을 만든다”는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 교수는 법안 마련에 신중을 기하며 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 등 법안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21대 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일정만 밝히고 있습니다. 규제 당사자인 기업은 물론 관련 부처와 전문가 의견도 충분히 듣고 입법해야 합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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