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에 굴복할지, 민주주의 지킬지… 운명 걸린 한 해”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전, 이스라엘·하마스전)과 신냉전 구도 고착, 경기 침체 등으로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 정상들은 평화와 연대를 강조하면서 당면 현안에 대해 국익 수호 의지를 밝혔다.
발발 2주년을 앞둔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은 나란히 승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침공국 러시아에 항전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총 6000번의 공습경보를 이겨내고 살아남았고, 우크라이나가 2022년, 2023년을 버텨내고 2024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은 이는 거의 없었다”며 “올해 더욱 강해진 모습을 통해 전 세계의 자유와 안전한 미래를 지키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자”고 했다. 그는 무기를 지원해준 서방 국가에 감사를 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모는 F-16 전투기의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젤렌스키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우크라이나 각급 부대의 휘장들을 모아 놓은 대형 액자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사진도 올려 놓았다.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 공세에 퇴각하는 등 고전하는 상황에서 군인과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후퇴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푸틴은 “러시아는 현재 매우 중요한 역사적 단계를 통과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난해)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과 정의를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있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영웅”이라고 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 무기 부족, 용병 단체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등 많은 악재를 이겨냈음을 과시하면서 오는 3월 대선에서 압승을 거둬 ‘종신 대통령’의 길을 닦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 소속 주요국 정상들도 신년사에서 일제히 유럽의 단결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4년은 파리 올림픽 개최,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2019년 불탄)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등으로 프랑스의 자부심을 높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독재, 유럽의 통합과 분열, 생태적 전환의 가속화 혹은 후퇴 등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며 “자유와 안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유럽, 더 강하고 주권적인 유럽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친EU·친서방 진영의 승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 대선을 생각하면 더 강한 EU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또 “코로나가 끝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공격 등이 이어지는 등 세상은 더 거칠고 불안해지고 있다”며 “숨 막히게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독일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안보 위협 속에서 군비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우파 야당 기독사회당(CSU)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도 이날 “12년 전 징병제를 폐지한 것은 잘못”이라며 “늦어도 5년 후엔 최소 7개월간의 병역 의무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대만 통일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조국 통일은 역사의 필연이고, 양안(중국과 대만) 동포는 손잡고 마음을 합쳐서 민족 부흥의 위대한 영광을 누려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신년사에 대만 통일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오는 13일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주진보당을 비롯한 반중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비바람을 맞는 것은 정상”이라는 표현으로 지난해 경제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부 기업은 경영 압박에 직면했고 일부 군중은 취업과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일부 지역에는 홍수·태풍·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는데 나는 이런 상황에 계속 마음 쓰고 있다”고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전환했지만 경제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제 정세와 관련해서는 “중국은 대국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며 “국제 사회와 함께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추동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서방에 맞서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 구축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날 시진핑은 예년과 같이 중난하이(中南海·자금성 서쪽 중국 최고지도부가 모여 있는 곳) 집무실을 배경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서가에 놓인 26장의 사진 중에 새로 등장한 10여장 중 4장은 어린 딸을 안고 있는 시진핑 부부 모습을 포함한 가족 사진들이었다. 작년 3월 집권 3기를 확정한 그가 권력 강조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과 지지율 폭락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신뢰 회복을 언급했다. 그는 비자금 스캔들의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면서도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정치의 안정이 필요하며, 앞장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이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기시다 총리는 “(국민을 괴롭힌) 물가 상승을 넘어설 정도의 임금 인상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국방과 관련해 “올해는 ‘긴박한 1년’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북한의 협력 등 복잡해지는 동아시아 안전 보장 환경에서도 국민의 안전과 영토·영해·영공을 결단코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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