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54> 굿바이, 우리들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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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부턴가 새해가 왜 이리 자주,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시청을 끝내고 창밖으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새해 풍경을 보다가 문득 세상에이선균이 없다니.
이선균 없이 새해를 맞는 수많은 이들의 슬픈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무탈하게 개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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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부턴가 새해가 왜 이리 자주,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2023년과 2024년이 교차할 무렵 이미 수차례 복습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감상했다. 동년배 아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어려서부터 남자의 눈물은 금기라는 낡고 그릇된 사고방식을 주입받아온 나에게 이 드라마는 언제든 쉽고 간편하게 눈물을 배출할 수 있는 눈물버튼이다.
이선균이 연기한 박동훈은 온갖 상처로 만신창이가 됐어도 올바르고 따듯한 어른의 포지션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범 어른이다. 가끔 마블의 수퍼 히어로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지나치게 근사했지만 이선균의 눈빛과 목소리 덕에 어쩔 수 없이 박동훈은 강한 생명력과 설득력을 가진다. 시청을 끝내고 창밖으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새해 풍경을 보다가 문득 세상에…이선균이 없다니. 깨닫자, 새삼 황망하다.
배우 이선균이 이름을 알리기 전, 어느 송년회에서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있다. 테이블에 고기가 도착하자 마주 앉아 있던 이선균은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구웠고, 서둘러 집게를 뺏으려 하자 그 특유의 중저음으로 “제가 굽겠습니다”고 말했다. 육성을 접하니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강력하게 압도됐고 이선균이 구워 잘라주는 소고기를 아기 새처럼 조용히 받아먹었다.
그 기억 때문인지 배우 이선균에 대한 남모를 내적 친밀도가 있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를 만날 때마다 늘 응원했다.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에 나왔을 땐, ‘이 정도로 잘되길 바랐던 건 아니었는데…’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이선균의 죽음에 대해 많은 말이 어지럽게 돌고 있지만 여전히 실감 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이선균이 담긴 작품들은 오래 우리를 울리고 웃길 것이다. 아직 공개되지 못한 이선균의 영화가 2편 있다. ‘행복의 나라로’와 ‘탈출’은 여러 이유로 개봉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이다. 이선균 없이 새해를 맞는 수많은 이들의 슬픈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무탈하게 개봉되길 바란다.
사람이 떠나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선균 배우가 진정 평안에 이르길 바란다. 그곳은 2023년의 대한민국보단 분명 나은 곳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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