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도 녹음·촬영 금지… 거장이 깐깐한 관람 수칙 내건 이유

김성현 기자 2024. 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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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지메르만 이달 내한 맞아 엄격한 수칙 당부

‘도대체 안내문이야 경고문이야?’

폴란드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마스트미디어

폴란드 출신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7·사진)의 내한 독주회를 앞두고 깐깐하기 그지없는 공연 관람 수칙이 붙었다. 지메르만은 1975년 만 18세 나이로 쇼팽 콩쿠르에서 당시 최연소 우승을 거둔 명연주자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배’인 조성진이나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인 박재홍 같은 한국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조언자로도 유명하다. 공연 주최 측인 마스트미디어는 “연주자의 강력한 요청에 의하여 관람 수칙들을 미리 안내해 드린다”고 밝혔다. 우선 모든 녹음·녹화·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저작권과 공연 진행상 문제 때문이다. 주최 측은 “만에 하나 공연이 중단되는 불상사가 없도록 적극 협조 부탁드린다”는 으름장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는지 꼭 확인해달라는 당부다. “더불어 알람 및 진동도 울리지 않도록 확인해달라”는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앙코르와 커튼콜 역시 촬영과 녹음 금지다. 커튼콜은 관객들의 환호 갈채에 연주자가 답하기 위해서 무대에 재차 나와서 인사하는 관례다. 아무리 엄격한 클래식 공연이라고 해도 커튼콜에서는 촬영을 허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메르만은 이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까칠한 피아니스트’로도 불린다. 2003년 예술의전당 독주회 당시에는 무대에 설치된 마이크를 보고 불만을 표시하는 바람에 공연이 지연된 적도 있다.

이렇게 깐깐한데도 지난달 부산·대전에서 두 차례 열린 독주회는 물론, 1월 3·5·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7일 대구 달서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모두 대부분 표가 팔려 나갔다. 피아니스트 김주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눈앞의 건반만이 아니라 악기 자체의 고유한 음색과 매력, 미감(美感)을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어서 소리의 최고치까지 끌어올리는 완벽주의자”라고 평했다. 그는 연주할 때에도 피아노 전체를 공수(空輸)하거나, 피아노 건반과 액션(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도록 하는 장치)을 들고 다니면서 공연장 피아노에 조립해서 연주한다. 마스트미디어는 “이번에도 지난 가을 유럽에서 연주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한국에 공수해서 연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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