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희망의 아이콘’ 리사
세밑을 눈앞에 두고 있던 지난달 한국과 태국 언론에 사진 한 장이 게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딸 이원주양과 임세령 대상 부회장이 태국의 한 유명 식당을 방문한 사진이었는데, 정작 이목을 끈 건 그들 곁에 있던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였다.
리사는 방콕에서 약 400㎞ 떨어진 부리람주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이른바 ‘로소’(로 소사이어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선 상류층을 ‘하이 소’, 서민층을 ‘로 소’라 말한다.
‘로 소’ 출신 리사가 한국의 ‘하이 소’ 대표 격인 인물과 있는 모습은 태국인들에게 리사의 성공 스토리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태국에서 리사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 태국의 한 언론 매체는 “리사는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하며, 이는 태국의 명예이자 존엄이며 역사에 영원히 새겨져야 한다”는 칼럼까지 실었다.
계층 이동이 쉽지 않은 태국 청년들은 리사에게 아낌없이 감정이입한다. ‘나도 노력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찬 자기최면을 건다. 물론 리사가 ‘로 소’이지만 ‘흙수저’는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수업료가 비싼 방콕 국제학교를 다녔고, 아버지가 유명 셰프라 경제적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국인들은 리사가 정말 가난한 서민층이 맞느냐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더 중요한 건 리사가 이미 태국인들 마음속 ‘희망의 아이콘’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마치 한국인들에게 손흥민 선수의 출신 배경보다 그가 각고와 혼신의 노력 끝에 결국 세계적인 축구 스타의 꿈을 이뤄냈다는 점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국민 중 본인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이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자식 세대에서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경우도 54%로 2년 전보다 0.2%포인트 늘었다. 태국인들이 ‘로 소 리사’에게 얻는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감을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새해를 여는 첫달, 많은 한국인의 희망이 ‘판타지’로 끝나지 않는 사회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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