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구의 조화… 역사와 문학은 오래된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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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학은 아주 오래된 '공범'(?)입니다. 여러 언어로 쓰인 문학적 걸작들엔 문학과 역사, 전설이 뒤섞여 있기 마련이죠."
지난해 11월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사마르칸트'(교양인·사진)의 레바논 출신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75)는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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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마르칸트’ 출간한 말루프
“믿을 만한 서사로 채우는 게 내 임무”
소설은 1072년 청년 오마르가 페르시아의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 사마르칸트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오마르는 사내들에게 봉변을 당하던 한 노인을 구하다가 여러 사건에 연달아 휘말린다. 특히 그는 소설에서 전쟁을 겪고, 박해를 받아 쫓겨 다니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오마르의 삶을 통해 폭력과 고통에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레바논에서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다가 내전이 발발하자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장편소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1983년·아침이슬) 등 폭력 문제를 다룬 작품을 써 온 그의 특색이 두드러진다.
그는 “난 종파 간 폭력이 얼룩진 레바논에서 태어나 전쟁과 혁명이 가득한 중동에서 자랐다”며 “폭력이 적게 일어나는 국가에 살더라도 세계적으로 폭력이 벌어지고 있기에 폭력에 대해 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 등 상황은 사실 더 나빠지고 있다”며 “지도자들이 협력할 마음을 지니지 않는다면 이런 유혈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설은 오마르가 시집 ‘루바이야트’를 쓰며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펼쳐내는 과정도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펼쳐낸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을 비롯해 영미 문학에 영향을 끼친 ‘루바이야트’를 통해 중동 문화의 아름다움도 전한다. 그는 “문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나라의 문명과 사람들의 사고방식, 열망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타국에 대한 혐오, 편견, 원망을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레바논 민족의 수난을 담은 장편소설 ‘타니오스의 바위’(1993년·정신세계사)로 1993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받았다. 2022년엔 소설가 박경리(1926∼2008)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대를 관찰하고 평화를 노래하는 작가로 불리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개 국가의 역사를 파고든 에세이 ‘잃어버린 자의 미로(Le labyrinthe des égarés)’를 출간했다”며 “새 소설 집필을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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