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단편소설- 김슬기 씨 당선 소감

김슬기 2024. 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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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우산을 들지 않고 외출한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온갖 것이 엉킨 내 마음을 추스르느라, 차가운 겨울비를 그대로 맞는데도 춥다는 생각 한번 하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습작들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선생님과 당선 소식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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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이야기들, 응원 양분삼아 계속 쓸래요

비가 내리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우산을 들지 않고 외출한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선 소식이었습니다. 제 작품을 좋게 보아준 것도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저 제가 쓴 소설을 누군가 정성스럽게 읽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올랐습니다. 길에 선 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기쁘거나 후련하거나, 행복하다는 특정한 단어로 집어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온 마음을 다해 기쁨으로 해왔던 일이라 생각했지만 고되었던 시간이 쌓아 올린 마음들이 울음에 섞여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온갖 것이 엉킨 내 마음을 추스르느라, 차가운 겨울비를 그대로 맞는데도 춥다는 생각 한번 하지 못했습니다.


소설 뒤에 웅크리고 숨어 하고픈 이야기들,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일이 제겐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인정받는 소설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올 때면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그저 유희이며, 그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도 말라는 한 작가의 말을 되뇌었습니다. 소설은 제게 자유와 해방과 즐거움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소설 뒤에 숨어 쓰세요.’ 아직 소설을 쓰지 않은 사람, 마음에 무거운 이야기를 품고 아직 쓰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 말하고 다녔습니다. 골방에 혼자 앉아 쓰기도 했지만, 함께 모여 앉아 쓰는 시간들을 많이 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습작들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선생님과 당선 소식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을 전합니다. 과분하게 받은 사랑과 응원을 양분 삼아 성실히 쓰겠습니다.

▶약력=1989년 울산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 에세이집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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