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변’시리즈 서도호… ‘애플 파크’ 포스터… 공간, 기억이 되다

김민 기자 2024. 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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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국립중앙박물관·36만 명), 에드워드 호퍼전(서울시립미술관·33만 명), 마우리치오 카텔란전(리움미술관·25만 명) 등이 미술 팬들을 끌어당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시에서는 포스터가 설계한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 시설과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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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대 모으는 미술 전시 라인업
‘집의 작가’ 서도호, 20년만에 개인전
파레노, 리움 사상 최대 규모 전시회
‘물방울 회화’ 김창열 3주기 회고전

지난해에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국립중앙박물관·36만 명), 에드워드 호퍼전(서울시립미술관·33만 명), 마우리치오 카텔란전(리움미술관·25만 명) 등이 미술 팬들을 끌어당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 한 해 미술 애호가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전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주요 국공립미술관과 갤러리가 공개한 2024년 전시 라인업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현대미술 유명 작가·건축가전

아트선재센터는 2003년 국내 첫 개인전 이후 20여 년 만에 서도호 개인전을 8월 연다. 서도호 작가(사진)가 2005년부터 지속해 온 ‘사변(Speculations)’ 시리즈를 종합해 아트선재센터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우선 지금까지 공개된 라인업에선 호퍼전이나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처럼 해외 근대 이전 거장의 전시는 없다. 대신 현대미술 유명 작가의 개인전 중 아트선재센터의 서도호 개인전(8월)과 리움미술관의 필립 파레노 개인전(2월)이 기대를 모은다.

서도호는 천을 재료로 만든 집을 미술관에 펼쳐 보이며 공간이 사람에게 일으키는 기억, 감각을 드러낸 작업으로 유명하다. 아트선재센터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2005년부터 시작한 ‘사변(Speculations)’ 시리즈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사변 시리즈는 한국의 집이 태풍에 떨어져 나가 미국 미술관의 옥상에 매달리거나, 영국 어느 거리의 건물 틈새에 불시착한 집의 모습 등을 표현했다. 서도호 작품 세계에 얽힌 좀 더 깊은 사유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움미술관은 역대 최대 규모로 현대 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을 2월 말 연다. 전시장에 물고기 풍선을 띄워 마치 물속처럼 만들듯, 파레노는 전시 자체를 작품으로 공간을 새롭게 연출한다. 안드레아 로제티, 삼성문화재단 제공
필립 파레노는 전시 자체를 작품으로 생각해서 그 공간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연출을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M2 전시장부터 로비와 야외 덱(deck)까지 작품이 펼쳐지는 리움미술관 사상 최대 규모 전시가 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파크(애플 신사옥)로 유명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개인전을 4월 연다. 사진은 노먼 포스터의 ‘달 거주 프로젝트’. ⓒ ESA /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은 1999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 개인전(4월)을 연다. 포스터는 ‘오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세인트 메리엑스 타워,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파크(애플 신사옥) 등 고도의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건축을 설계했다. 전시에서는 포스터가 설계한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 시설과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한다. 1960년대부터 포스터가 관심을 가졌던 ‘지속가능성’ 철학과 미래 건축에 대한 그의 관점도 엿볼 수 있다.

● 예술 속 여성 조명 기획전 다수

지난해 김환기전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호암미술관도 야심 찬 라인업을 준비했다. ‘여성과 불교’(3월)전은 동아시아 불교미술 역사 속 여성 이미지를 통해 불교미술의 후원·제작 주체였던 여성을 조명한다는 독특한 주제로 눈길을 끈다. 해외 소재 불교미술 명품을 한자리에 모을 예정이다. 또 하반기에는 최근 수년간 시장에서 사랑받은 젊은 40대 작가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9월)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호암미술관 정원 ‘희원’, 선유도공원 등을 작업한 ‘조경가 정영선 개인전’(4월·서울), 그간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자수의 역사를 살펴보는 ‘한국 근현대 자수’(5월·덕수궁),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아시아 여성 예술을 조망하는 국제 기획전 ‘아시아 여성 미술가’(9월·서울) 등 여성 예술을 집중 조명한다.

‘물방울 회화’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의 작고 3주기 기념 회고전도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5월 열린다. 또 서양화 1세대 작가이자 한국적 인상주의 회화를 선보인 것으로 평가받는 오지호(1905∼1982) 개인전은 9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예정돼 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으로 재조명됐던 김윤신 개인전(3월), 독일 출신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 개인전(5월) 등이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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