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시조- 조은정 씨 당선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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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오지 않고 기다림만 쌓일 때 받은 당선 통보는 머릿속부터 하얘졌습니다.
그 기쁨을 맞이하기라도 하듯 내 앞에 유난히 좋아하는 눈이 내렸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글쓰기였습니다.
사랑하는 다영이, 동호 그리고 남편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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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오지 않고 기다림만 쌓일 때 받은 당선 통보는 머릿속부터 하얘졌습니다. 그 기쁨을 맞이하기라도 하듯 내 앞에 유난히 좋아하는 눈이 내렸습니다.
몸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나의 문장을 찾기 위해 내 주변을 오래 서성였습니다.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흩날리는 눈처럼 감사와 환희가 춤을 춥니다. 시조의 결을 따라 앞만 보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함께 해준 모든 이들의 고마움이 깊이 새겨집니다.
‘휠체어의 반경’은 요양병원에 8년째 누워 계신 엄마의 불편한 몸을 묵묵히 받들며 반경을 넓혀가는 휠체어를 보고 쓴 글입니다. 치유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하루를 밀고 나가는 모습이 눈물겨웠습니다. 제 발로 움직일 수 없어도 바퀴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 두고 움직입니다. 그것이 고결한 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힘겹게 병마와 싸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글을 쓰는 일도 이와 같아서 쓸 수 있을 때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때로 무용한 것이라고 여기던 것이 유용한 것이 되는 것처럼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는 내면의 울림이며 희망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글쓰기였습니다. 막연하지만 마음속에 저를 추동하는 불꽃이었고 그 불꽃의 일렁거림에 설레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뚜벅뚜벅 저의 보폭으로 걷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어린아이가 걸음마 연습하며 발을 떼듯, 시조로 바로 설 수 있게 이끌어주신 조경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공부하며 힘이 되어준 시란 동인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문학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난 용인문학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국제신문과 부족한 제 글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리며, 공부하는 모습으로 롤 모델이 되어주신 아버지와 묵묵히 저를 지켜봐 주신 엄마가 계셨기에 글이라는 씨앗이 싹틀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다영이, 동호 그리고 남편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약력=1969년 경기 출생. 시란 동인. 용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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