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시- 박유빈 씨 당선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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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 상태에서 당선 전화를 받았다.
가끔 나는 시가 산책 같다고 느끼는데, 무겁지 않은 느낌이 시와 산책의 공통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힘이 많이 들어갔네, 어쩌네,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시란 나다울 수 있는 가벼운 산책이어야 했다.
정말로, 반드시, 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끝내주는 산책을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나는 그게 시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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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 상태에서 당선 전화를 받았다. 나는 덤덤했다. 당선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자리에서 하던 일을 계속해 왔을 뿐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당선이라는 기차역을 지나왔을 뿐이다. 그냥 그런 거다.
산책이 좋은 이유는 무겁지 않아서다. 가끔 나는 시가 산책 같다고 느끼는데, 무겁지 않은 느낌이 시와 산책의 공통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를 쓸 때는 조금 가벼워지려고 노력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힘이 많이 들어갔네, 어쩌네,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시란… 나다울 수 있는 가벼운 산책이어야 했다. 시는 ‘언젠가는 제대로 해낼 산책’ 같다. 정말로, 반드시, 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끝내주는 산책을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나는 그게 시였으면 좋겠다. 돌아갈 집이 없어도 괜찮다. 이건 그냥 산책이니까. 어떤 식으로든 종국엔 시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이상한 자신감이 있다. 멀고도 가벼운 나의 산책, 시와 ‘아는 사이’가 되어 매 순간 나를 스치는 느낌을 반기면서.
함께 문학을 공부한 친구들과 동창들에게 먼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너희와 했던 모든 산책 덕분에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문학을 택했을 때 무턱대고 나를 지지해 준 우리 가족에게도 고맙다. 산책하는 마음은 우리 가족으로부터 만들어졌으니까.
심사를 봐주신 김언, 박상수 그리고 최정란 시인께도 감사하다. 시를 알려주신 이승하, 이수명 그리고 김근 교수님께도 감사하다. 정말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시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송승언 선생님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시로 인해 행복해진다면 선생님 덕분이겠다고, 좋은 시가 아닌 ‘산책하는 시’를 쓰는 시인이 되겠다고. 공부하는 동안 기뻤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약력=2000년 양산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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