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46] ‘새해 결심’ 속의 과학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2024. 1.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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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유교에서 시민들이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하고 있다./뉴스1

전설에 따르면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제정한 사람은 기원전 8~7세기에 고대 로마를 통치한 누마 폼필리우스 왕이다. 그전에는 3월 1일이 새해의 시작이었는데, 폼필리우스가 전쟁의 신 마르스(Mars)를 딴 3월(March)보다 처음을 상징하는 신 야누스(Janus)를 딴 1월(January) 1일을 새해 첫날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후 1월 1일은 시저에 의해 로마 제국 전역에 공표되었다. 로마가 망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다가, 16세기 말에 그레고리력을 선포한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다시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제정했다.

사실 1월 1일은 천문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천문학적으로 더 의미 있는 날은 밤낮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낮과 밤이 가장 긴 하지와 동지일 것이다. 1월 1일은 그저 ‘이날을 새해 첫날로 하자’는 약속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새해 첫날 아침에 소원을 빌고, 새해 결심을 하는 것일까?

새해 결심의 역사는 문명 기록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기원전 2천년 전 바빌론에서는 새해에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열면서 결심을 나눴다는 기록이 있다. ‘꿔간 돈을 갚겠다’는 결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 기독교 국가에서는 주로 종교적인 결심이 주를 이뤘다. 17세기에 살았던 스코틀랜드 작가 앤 핼킷(Anne Halkett)은 1월 1일 일기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결심을 적은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 새해 결심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겠다’ ‘살을 빼겠다’ ‘아껴 쓰고 저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결심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무엇을 하지 않는다’보다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라. 1월 1일 결심이 지켜지지 않으면, 매월 1일을 새롭게 결심하는 날로 잡아라. 중반에 지치기 쉬울 때를 대비해서 새로운 자극을 준비하라. 많은 이들이 새해 결심을 중도에 포기하지만, 매일 2㎞씩 달리는 사람들을 조사한 연구는 이 중 40% 이상이 1월 1일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 멋진 새해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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