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쓸어담았다… 작년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4년 만에 ‘사자’세로 전환
외국인 투자자가 4년 만에 국내 증시의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사자’세로 전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1조42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2019년 코스피서 9500억원어치 순매수한 이후 외국인은 2020년(24조5650억원), 2021년(25조6010억원), 2022년(6조8070억원) 3년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왔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한국 증시의 대표 업종인 반도체의 업황도 부진해 외국인들이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은 반도체주를 꾸준히 사들였고, 결국 4년 만에 외국인은 코스피 순매수를 기록하게 됐다. 연간 기준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외국인, 지난해 삼성전자 매수 역대 최대
지난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작년 삼성전자를 16조73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월별로 살펴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과 10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4월 순매수액이 3조13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5월(2조5670억원), 1월(2조2220억원) 순이었다. 이에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2022년 49.6%에서 53.9%로 급증했다.
작년 외국인 순매수 2위 종목은 역시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였다. 외국인은 2022년 SK하이닉스를 8330억원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작년에도 2조76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올해 1분기 바닥을 찍고 꾸준히 반등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이 본격화되며 반도체 산업이 다시 뜨고 있다”면서 “해당 산업에서 주목받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관련주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렸다”고 했다.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급등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2년 마지막 거래일 대비 42% 급등한 7만8500원으로 2023년을 마감했다. 2022년 1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고가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88.7% 상승한 14만1500원으로 2023년을 마감, 2021년 2월 25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14만8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 순매수 올해도 이어질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 투자 수요 증가 등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예상과 다른 시장 흐름이 나타나면 외국인 매도세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역시 관건은 반도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외국인 순매수의 대부분은 반도체 효과”라면서 “올해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지는 반도체가 얼마나 살아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바닥을 찍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0.9% 감소했지만, 올해엔 16.8% 늘어난 6240억달러(약 8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40% 가까이 줄어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는 66%가량 급반등할 것이라는 게 가트너의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돋우는 요소다.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을 해야 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31년간 이어져 온 이 제도를 지난달 폐지하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가 쉬워졌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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