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담언미중(談言微中)

이용춘 2024. 1.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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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조선시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아쉽게도 작자는 미상이다.

오랜 세월 '말'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시조라고 볼 수도 있다.

격의 없는 친구들이라 금방 상황이 수습되었지만, 순간 '말'의 중요성을 느꼈다.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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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춘 수필가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조선시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아쉽게도 작자는 미상이다. 오랜 세월 ‘말’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시조라고 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의 지혜가 녹아있기에 우리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좀 늦게 도착한 친구에게 “살아 있네”라는 인사말이 건네졌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어서 “죽은 줄 알았어”란 말이 나오는 찰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격의 없는 친구들이라 금방 상황이 수습되었지만, 순간 ‘말’의 중요성을 느꼈다.

부적절한 말로 설화를 겪는 사례를 자주 본다.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가 설화를 겪는 경우를 자주 본다.

“60∼70세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세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니까요.” 자주 인용되는 설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은 더욱 그렇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삼사일언(三思一言) 하는 수밖에 없다. 세 번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아니 네번, 다섯번, 많을수록 좋다. ‘믿을 신(信)’이란 글자는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믿음이 사람의 말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다. 믿는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것이다.

언격(言格)은 인격이라는 말이 있다. 말의 중요성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사마천은 130권 52만6500자로 이루어진 3000년 통사인 ‘사기’ 곳곳에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나라로 갈 수행원을 뽑는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당한 모수(毛遂)가 스스로 추천해 기라성 같은 인재들을 제치고 초나라 왕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평원군이 “모수선생이 초나라에 가니 조나라는 가마솥 아홉과 종묘의 큰 종보다 무거워졌고, 모수 선생의 세치 혀는 백만 군사보다 강했소”라고 했다. 여기서 “말 한마디가 가마솥 아홉개 무게보다 더 무거워야 한다”는 명언이 나왔다.

인간관계의 많은 모순과 갈등이 말에서 비롯되지만 이를 해결하는 수단도 말일 수밖에 없다. 사마천은 이와 관련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천하의 명언을 ‘골계열전’에 남겼다. “말이 적절하게 들어맞으면 다툼조차 해결할 수 있다.” (談言微中亦可以解紛·담언미중역가이해분) 살아가면서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핵심을 잡는 ‘담언미중’은 못하더라도 설화는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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