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아침은 생각한다
2024. 1. 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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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따금 밤의 깊은 골짜기를 오래 헤맨다.
어쩐지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세상에, 놀라워라!" 아침이 포착한 풍경은 나날이 새롭고 환한 것인가 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온다는 사실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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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아침은 매일매일 생각한다
난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선은 없는지를
조각달이 물러가기를 충분히 기다렸는지를
시간의 기관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아침은 생각한다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사람의 깊은 골짜기를
삽을 메고 농로로 나서는 사람의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함지를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가는 행상의 어머니를
그리고 아침은 모스크 같은 햇살을 펼치며 말한다
어림도 없지요, 일으켜줘요!
밤의 적막과 그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것은 아닐까를 묻고
밤을 위한 기도를 너무 짧게 끝낸 것은 아닐까를 반성하지만
아침은 매일매일 말한다
세상에, 놀라워라!
광부처럼 밤의 갱도로부터 걸어나오는 아침은 다시 말한다
마음을 돌려요, 개관(開館)을 축하해요!
난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선은 없는지를
조각달이 물러가기를 충분히 기다렸는지를
시간의 기관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아침은 생각한다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사람의 깊은 골짜기를
삽을 메고 농로로 나서는 사람의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함지를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가는 행상의 어머니를
그리고 아침은 모스크 같은 햇살을 펼치며 말한다
어림도 없지요, 일으켜줘요!
밤의 적막과 그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것은 아닐까를 묻고
밤을 위한 기도를 너무 짧게 끝낸 것은 아닐까를 반성하지만
아침은 매일매일 말한다
세상에, 놀라워라!
광부처럼 밤의 갱도로부터 걸어나오는 아침은 다시 말한다
마음을 돌려요, 개관(開館)을 축하해요!
우리는 이따금 밤의 깊은 골짜기를 오래 헤맨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모든 게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쩐지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어림도 없지요, 일으켜줘요!” 아침은 구겨진 눈가로 잘 다림질된 햇살을 가져다 펼친다. 언제나처럼, 아침은 온다. “세상에, 놀라워라!” 아침이 포착한 풍경은 나날이 새롭고 환한 것인가 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온다는 사실 아닐지. 밤의 적막으로 한껏 기울었던 마음을 찬찬히 돌려세우는 사려 깊은 아침, 그 자체가 아닐지.
“개관(開館)을 축하해요!” 말하듯 찾아든 새해의 아침도 다르지 않다. 그가 걸어 나온 갱도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험난했음을 떠올릴수록, 오늘 이 아침은 얼마나 고마운지. 고마운 아침 덕분에 우리는 나날의 기적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적막으로 돌아가 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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