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

2024. 1. 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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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됐다.

고난이 거듭되고 격변이 이어지는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누구나 올해는 더 나은 삶을 꾸리고 더 나은 존재가 되리라고 마음먹을 때다.

혼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 '에픽테토스 강의'(그린비 펴냄)는 훌륭한 지침을 제공한다.

마음이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매여 있으므로 이는 노예의 삶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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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원망·저주만 하면 노예의 삶 사는 것
새해가 시작됐다. 고난이 거듭되고 격변이 이어지는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누구나 올해는 더 나은 삶을 꾸리고 더 나은 존재가 되리라고 마음먹을 때다. 혼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 ‘에픽테토스 강의’(그린비 펴냄)는 훌륭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 책은 로마 시대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강의를 제자인 아리아누스가 적은 것이다. ‘엥케이리디온’이라는 요약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에픽테토스는 스토아 철학의 완성자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서양 정신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초기 교회에서 사람들이 ‘엥케이리디온’을 손에 들고 다니며 애독했고, 바울 등 기독교 사상의 발전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마테오 리치의 한문 번역으로 중국뿐 아니라 이벽, 이승훈 등 조선 서학자들에게도 널리 읽혔다.

에픽테토스에게 철학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하는 일이었다. 그는 제자들의 질문들에 성실히 답함으로써 좋은 삶을 사는 법을 전하려 했다. 소크라테스 이후, 문답을 통해 정신을 단련하며 품성을 함양하도록 권유하는 철학적 대화술은 삶의 규칙을 가르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었다. 95장에 걸쳐 인생의 핵심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은 그 치열했던 현장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에픽테토스 철학은 ‘우리에게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에게 달린 것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 등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우리에게 달리지 않은 것은 건강, 소유, 명예, 지위 등 아무리 애써도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삶이란 꽃길만 걷도록 되어 있지 않기에, 후자를 추구하는 사람은 자유와 행복에 이를 수 없다. 반드시 이런저런 장애에 부닥쳐 마음이 어지러워지면서, 신을 원망하고 세상을 저주하며 사람들을 비난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마음이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매여 있으므로 이는 노예의 삶이나 다름없다.

주인의 삶을 살려면 우리에게 달린 것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가난이나 죽음을 피하려고 아등바등할 게 아니라 그러한 일이 닥쳐왔을 때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가령, 가장 끔찍한 재난인 죽음 앞에서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대신 평온함과 쾌활함을 지켜낼 수 있다면 얼마든 행복할 수 있다.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행복은 피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 고통과 불안의 미로를 택하지 않고 마음의 평안과 영혼의 만족을 이어가는 데 달려 있다. 따라서 이성의 힘을 단련해서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 정년에 얽매이지 않고 욕망을 절제할 수 있도록 영혼의 중심을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 한마디로, 삶의 노예에서 삶의 주인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에픽테토스 강의’가 상세한 주해와 함께 희랍어 원전에서 직접 번역되면서 우리는 에픽테토스의 저술 전체를 우리말로 온전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번역은 항상 한 민족의 사유가 확장되고, 언어의 가능성이 열리는 사건이다. 번역을 통해 우리는 낯선 생각과 만나고 새로운 어휘와 부딪히면서 우리 내면을 깊고 넓게 만들어간다.

번역자 김재홍 교수는 2003년 처음 ‘엥케이리디온’을 우리말로 옮긴 이래, 지난 스무 해 동안 에픽테토스를 천착한 끝에 큰 업적을 이룩했다. 이로써 우리는 스토아 철학에 이르는 튼튼한 다리를 얻게 되었다.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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