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화수학 없어도 개정 교육과정에 충실한 대입전형 설계 가능하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확정됐다.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통합사회·과학 등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체계 도입과 고교 내신 5등급제 전환 및 상대·절대평가 병기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가 제출한 2028 대입제도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주요 논의 사항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심화수학 과목은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권고했고, 교육부는 이를 수용했다. 찬반이 엇갈리고 있으나 대학의 전형 설계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입학처장의 관점에서 수능 심화수학 과목 없이도 학생의 수학적 역량을 변별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학은 수능 위주 전형과 더불어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 위주 전형 등을 통해 대학의 교육 비전, 가치관, 정책적 방향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수능 성적은 대학이 수능 위주 전형에서 활용하는 평가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학생부를 평가요소로 활용하여 학생의 수학 영역의 기초 학력과 미적분II 또는 기하와 같은 심화과목의 학습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수능은 다면적 역량 중심의 학생별 맞춤형 평가를 위한 틀로는 한계가 있다. 

조상훈 숭실대학교 입학처장

대학은 2028학년도 수능위주전형을 설계할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선발을 위해 수능 성적과 함께 학생부종합전형의 일부 평가요소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대학은 학생부위주전형에서 뿐만 아니라 수능위주전형에서도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자기주도적으로 교과목을 수강하여 학습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킨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다. 수능 심화수학이 없으면 이공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 학생들이 미적분II 또는 기하 과목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또는 상위권 대학의 선발 변별력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한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수능의 공정성과 안정성에 방점을 두었다고 발표했다. 수능 심화수학은 과목 선택의 유불리를 해소하고자 한 교육 당국의 개편 취지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현행 수능은 점수 취득에 유리한 과목을 예측해 선택해야 하는 복불복 제비뽑기가 되어버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교육부는 동일한 과목 및 내용을 기본으로 시험을 치르는 통합형·융합형 수능체계를 도입했다.

그런데 심화수학을 구성하는 미적분II와 기하는 교과별 심화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어 공통 과목 위주의 수능개편안과 맞지 않고, 수능과 연계된 특정 선택과목에 학생이 집중돼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선택과목 유불리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심화수학 도입은 대입의 공정성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협할 수 있고 자칫 문과침공과 같은 사회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학령인구의 급감, 인공지능 발전 등으로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지금, 미래사회를 향한 변화에 발맞춰 대입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대입제도는 무한 경쟁을 통해 취득한 점수로 자신의 가치를 정렬하는 국가 수준 시험만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고교 울타리 안의 다양한 교과·비교과 활동을 통해 학생의 미래역량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공계 인재 평가를 위해 심화수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만, 심화수학을 도입하면 상위권 대학과 의대 등에 진학하기 위한 필수과목이 돼 과도한 경쟁, 사교육 의존 등 사회적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한 미래 교육의 방향에 따라 고교는 미적분II·기하 심화학습이 필요한 학생이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심화수학 평가가 필요한 대학은 내신 평가 시 전공 적합성·수월성 항목에 심화학습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가교적 역할의 의미가 크다. 교육적 가치와 대학의 자율성이 균형을 이룬 대입제도 개편안이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과정의 성공적 안착과 대입 공정성 등을 선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상훈 숭실대학교 입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