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 여파, 묵호 67㎝ 해일…기상청 “24시간 지속될 수도”
지자체 “해안 접근 자제”…현지 주민들 “만조·강풍 겹쳐 불안”
1일 오후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이 동해안에 도달했다. 최대 높이는 묵호에 도착한 67.0㎝지만 더 높은 지진해일이 동해안을 강타할 가능성도 예보됐다. 지진해일에 의한 해수면 상승 위험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와 해경 등이 긴급 안전관리에 나섰다. 지진해일 예고 지역에서 새해 연휴 마지막 시간을 보내던 관광객들도 일찍 귀갓길에 올랐고, 일부 동해안 현지 주민들은 불안한 밤을 보냈다.
기상청은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북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이 이날 오후 6시쯤부터 동해안에 도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역별 최초 도달 시각과 최대 높이는 남항진 오후 6시1분 20.0㎝, 묵호 오후 6시6분 67.0㎝, 속초 오후 6시10분 41.0㎝, 임원 오후 6시15분 30.0㎝, 후포 6시52분 18.0㎝ 등이다.
기상청은 지진해일 최초 도달 이후 더 높은 파고의 물결이 올 가능성이 있으며, 24시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묵호에서 기록된 지진해일의 최대 높이 67.0㎝는 최초 도달로부터 24분 후인 오후 6시30분쯤에 기록된 높이다.
강원도는 이날 동해안 6개 시군에 보낸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동해안 지역 일본 지진으로 인한 해일 위험이 있다”며 “선박은 대피시키고, 해변 주민은 이웃에 위험을 전파하고, 높은 지대로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강릉·속초·삼척·고성·양양 등 동해안 6개 시군도 재난문자와 마을방송 등을 통해 해일 위험을 알리며 “해안가 접근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와 포항·경주 등 경북 동해안 시군도 “해안가 접근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안전주의를 요청하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강원소방은 영동 지역에 비상 1단계를 발령하고, 횡성군에 있는 특수대응단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킨 데 이어 환동해특수대응단을 긴급 소집하는 등 안전관리 조치를 시행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지진해일 정보를 전파했다. 경비함정은 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을 대상으로 이상 상황 유무를 파악하고, 파출소에서는 선주들에게 안전 대비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해경과 소방당국에서 접수한 지진해일 관련 피해 신고는 없다. 그러나 해일이 동해안에 접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엑스(구 트위터) 이용자는 “강릉에 왔는데 지진해일 대피하라고 해서 걱정된다”고 썼다. 또 “새해 첫날부터 지진해일이라니” “대한민국도 결코 지진해일 안전지대가 아니다” 등의 반응도 나왔다.
동해시 주민 박모씨(48)는 “안 그래도 강풍에다 높은 파도가 일고 있는데, 더 큰 너울성 파도와 해일이 덮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동해시의 또 다른 주민은 “묵호의 경우 67㎝가 관측됐다니, 혹시 해일 규모가 갈수록 더 커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동해안에 이 같은 지진해일이 도달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 사이 해역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경우다. 동해안에 피해를 입힌 1983년과 1996년 지진해일 역시 동해에서 일어난 지진 탓이었다. 강진의 여파로 발생한 지진해일의 영향권에서 동해안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때는 일본 기준 동쪽에서 지진이 일어나 국내에는 지진해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김기범·백승목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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