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참 무겁네요” 새해 밝았지만…자동차·철강·IT 회사들 ‘불안불안’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4. 1. 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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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82%는 현상유지·긴축경영
새해 초 경영 전망도 ‘부정적’
美 통화긴축·中 경제 등 주목
노사관계 불안 전망도 암초로
서울 종로구 도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새해 경제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선의 폭이 결정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신년사)

“올해는 경제 여건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작년 우리 경제를 제약했던 불안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경제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년사)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를 종합하면 지난해보다 경제 상황은 나아지겠지만 ‘하기 나름’이라는 의미로 정리된다.

기업 10곳 중 8곳 ‘현상유지·긴축경영’
우리 기업들은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경총이 글로벌리서치와 지난해 11~12월 전국 30인 이상 기업 204곳의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0%는 내년 기조에 대해 ‘현상 유지’라고 답했다.

‘긴축 경영’이라는 응답은 38.3%로 나타났다. ‘확대경영’은 17.7%에 그쳤다. 긴축 경영을 꼽은 응답의 경우 전년도 조사 때보다 16.0%포인트 증가했다. 긴축 경영을 이어간다는 기업은 전사적 원가 절감을, 확대 경영에 나선다는 기업은 신사업 진출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채용계획도 지난해 수준을 이어간다는 응답이 48.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분간 기업심리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앞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이달 BSI 전망치는 전달보다 2.9포인트 하락한 91.1를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달보다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경기 전망을 뜻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87.0, 95.2로 모두 부진했다. 제조업 BSI는 22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비제조업 BSI의 경우 한 달 만에 다시 기준선 아래로 하락했다.

제조업은 특히 1분기 내내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기업 2156곳을 대상으로 ‘2024년 1분기 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전망치(84)보다 1포인트 하락한 83으로 나타났다.

세부 업종별로는 제약·화장품·조선 업종에서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신약 개발, K뷰티 확산 등의 영향으로 긍정적 전망이 이어진 것이다.

반면 철강(72), 비금속광물(67) 등은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부적정 전망이 우위를 차지했다. IT 부문은 일부 품목에서 수요 회복 기대감이 있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았다. 자동차는 고금리, 외국산 전기차 저가 공세 영향에 따라 부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각종 대내·외 리스크 산적…中 경제 ‘주목’
전문가들은 전망한 새해 경제성장률은 주요 기관 전망치와 유사한 2.1%를 기록했다. 대한상의가 경제·경영 전문가 90명을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해 대외 리스크로는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 글로벌 수출경쟁 심화, 중국의 저성장 등을 꼽았다. 또 가계부채 심화, 부동산발 리스크, 생산·소비물가 상승, 내수경기 침체 등을 대내 리스크로 제시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수출은 반도체 업황 개선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중국경제의 회복 여부가 불확실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금리 상황 등의 여건 개선도 불명확해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불투명한 중국경제 회복 여부나 지정학적 불확실성 이외에도 돌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여전히 우리 경제의 완전한 회복 궤도 복귀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돌발 리스크에도 경제주체들이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경제계, 소비·투자 강조…노사관계는 암초
경제계는 소비·투자 활성화,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내년 상저하고 전망에 따라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세가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에는 내수 중심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인해 가계와 기업들의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물가 관리뿐만 아니라 소비·투자 활성화 정책을 통해 민간의 역동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부진과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개혁, 규제개혁, 세제개선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역동성을 강화해 기업심리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사관계는 새해 기업 경영의 암초가 될 수도 있다. 경총이 회원사 124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62.3%는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으로 전망봤다. 노동계 정치투쟁이 증가하고 임금인상·정년연장 등 노조 요구가 다양화 등이 노사관계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정치투쟁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노사관계는 임금인상,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조의 다양한 요구가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장 노사관계 불안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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