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홍해에서 후티 반군과 첫 직접 교전…최소 10명 사살
영국선 강경론…미, 이란 개입·물류 마비 우려 속 대응 고민
미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을 타격해 최소 10명의 반군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군이 후티 반군과 직접 교전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후티 반군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미국 정부는 이란의 전쟁 개입과 물류 마비 등을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전 홍해를 지나던 싱가포르 국적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가 후티 반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항공모함 아이젠하워호 등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켜 후티 반군의 고속단정을 격퇴했다. 후티 반군은 이후 성명을 내고 “최소 10명의 대원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구두 경고를 했음에도 후티 반군 선박이 헬기를 향해 발포했고,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미국 ABC뉴스와 인터뷰하며 “홍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해상 무역로”라며 “우리는 동맹국과 함께 이곳의 교역이 계속되도록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티 반군과 처음으로 직접 교전까지 벌인 미국 정부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은 앞서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친이란 민병대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멘 후티 반군 기지에 대해선 같은 명령을 내리길 극도로 꺼려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후티 반군과의 갈등이 깊어지면 ‘시아파 벨트’ 수장인 이란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멘 주재 미 육군 무관을 지낸 애덤 클레멘츠는 NYT에 “미군의 후티 반군 공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의구심이 든다”며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것은 이란”이라고 말했다.
중동 국가와의 관계와 경제에 미칠 파장도 고려 대상이다. 홍해를 둘러싼 미국과 후티 반군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동 지역이 떠안게 되고, 미국을 향해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NYT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과의 갈등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힘들게 맺은 휴전 협정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도 이날 홍해 운항을 다시 전면 중단했다.
반면 후티 반군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영국 국방부가 후티 반군을 겨냥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외교장관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벌이고 있는 공격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해군 5함대 사령관을 지낸 케빈 도네건은 NYT에 “미군이 공격받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으면 장병들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며 “미국 선박을 공격해도 보복 위험이 낮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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