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영그룹, 워크아웃 신청 하루 만에 ‘유동성 확보’ 약속 어겼다”
날짜 특정해 공시 뒤 안 지켜…“기본 신뢰 깨진 것”
티와이홀딩스 “1133억원 당장 아니라 차차 지원”
태영그룹이 계열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의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계열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빌려주기로 하고 날짜까지 특정해 공시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은 1485억원 상당의 상거래 채권 중 일부를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태영그룹이 윤석민 회장(60), 윤세영 창업회장(91) 등 사주 일가의 사재 출연은 커녕 최초로 제출한 자구안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제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부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태영그룹은 지난 12월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 신청일에 받았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에 대여하지 않았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12월28일 자회사인 태영건설에 1133억원을 1년간 대여해주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대여 목적을 태영건설의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라고 설명하고 의사회 의결도 거쳤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계열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자구안의 일환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2400억원을 지난 12월29일에 돌아오는 태영건설의상거래채권 결제자금 1485억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계열사의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대기업집단이 그에 따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뿐더러 공시의무도 지키지 않은 것이 됐다. 주요경영상황 등을 거짓으로 또는 잘못 공시한 경우 등에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벌점이 10점 이상이 되면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태영건설은 협력업체 등에 대한 상거래채권은 상당부분 갚았지만 일부 금융사에 대한 채무는 갚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금융채무는 최소한 워크아웃 개시 결정 전까지, 워크아웃 개시 후에는 최대 4개월까지 동결되지만 자구책에는 이를 모두 상환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티와이홀딩스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이 태영건설의 상거래채권 상환에 사용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결과적으로 태영그룹의 관리·감독에 실패한 데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전제는 채권단 합의로 금융채권은 상환을 유예하거나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도 인하해주는 등 지원해주되, 신청 기업의 자구책을 전제로 상거래채권은 성실 상환한다는 것”이라면서 “티와이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에 대여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신청 기업과 채권단 간 기본 신뢰가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상황 점검을 위해 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이 가진 F4 회의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논의 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는 3일 채권자설명회를 열 예정인데 티와이홀딩스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대여 이전 불이행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1133억원 전액을 당장대여한다는 게 아니라 한도 내에서 필요할 때마다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뜻이었다”면서 “티와이홀딩스도 현금이 부족할 수 있고 양사가 자금 계획이 있으니까 태영건설이 필요할 때 쓰겠다는 것으로 티와이홀딩스 지원 금액에 태영건설의 포천파워 매각 대금 등을 합쳐 상거래채권을 모두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협력업체가 어음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금융기관에 할인받고 지급받은 차액 부분이 워크아웃 신청으로 채권금융사의 채권으로 잡힌 게 채권 행사 유예 대상에 포함됐고 상환에서 제외됐다”면서 “협력업체에 상환해야 할 상거래채권은 차질 없이 상환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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