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감자칩 먹고 싶어요” 가자지구 7세 소녀 소박한 꿈
이스라엘군 병력 줄였지만
칸유니스 지상전 강도 높여
전쟁 종식으로 가는 길 ‘험난’
“새해엔 치즈맛 감자칩과 딸기주스를 먹고 싶어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7세 소녀 누르 엘바이예드의 새해 소망은 이렇게나 소박했다. 하지만 2023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도 가자지구의 집과 학교, 구호시설은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감자칩을 먹고 싶다는 엘바이예드의 간절한 바람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후 고향인 북부 자발리야를 떠나 누세이라트로 피란을 갔다가 일주일 전 다시 데이르 알발라 난민촌으로 흘러온 엘바이예드는 이날 알자지라와 인터뷰하며 “전쟁 전엔 감자칩과 초콜릿, 주스를 사 먹을 수 있었다”면서 “그중에서 가장 그리운 간식은 치즈맛 감자칩”이라고 말했다.
잔혹한 전쟁은 평범한 학생이었던 엘바이예드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놨다. 그는 “학교 주변에서 발생했던 폭격과 중무기의 소음에 계속 떨고 있다”며 “죽은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전히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년엔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나는 여러분 모두가 아직 살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새해 소망으로 전쟁 종식과 평화를 이야기했다. 부레이 출신 62세 움 샤디는 “이스라엘군이 북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남쪽으로 떠나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린 후 우는 아이들을 붙잡고 끝없이 남쪽으로 달렸다”며 “남편은 암 환자다. 치료를 위해 이집트로 들어가고 싶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엔 파라지(슬픔과 재난 이후의 기쁨과 안도를 의미하는 아랍어)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29세인 아이다 엘슐리는 만삭의 몸으로 무그라카를 떠나 데이르 알발라로 이동했다. 피란길에 여러 차례 진통을 느꼈고, 가끔 정신을 잃기도 했다. 그리고 6주 전 아기를 낳았다. 엘슐리는 “딸의 옷 한 벌 마련하지 못했다”며 “이 싸움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상에 묻고 싶다. 우리는 지쳤다. 이 아이를 위해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에 투입한 5개 여단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의 병력 축소는 그동안 전투를 통해 하마스 시설을 다수 장악했고, 하마스 로켓 발사가 대폭 줄어든 데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가자지구 각 지역에 맞는 전투 방식과 최상의 임무 수행을 위해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며 “각 지역의 성격이 다르고 작전상 필요한 부분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전쟁 발발 이후 지중해로 급파했던 핵추진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를 수일 내에 복귀시킬 예정이다. ABC뉴스는 미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포드호는 계획에 따라 복귀한다”며 “포드호가 떠난 뒤엔 순양함과 구축함 배치로 전력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소망이 이뤄지기엔 갈 길이 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마스 본거지로 알려진 칸유니스에 대한 지상 작전 강도를 높였다. 하가리 수석대변인은 “(하마스 절멸이라는)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장기간 전투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의 도발도 계속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전을 위해 우리는 그 지역(가자지구)을 통제해야 한다”며 “장기간 군사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선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그곳에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평화협정에 따라 2005년 가자지구 내 남아 있던 유대인 정착촌을 모두 폐쇄하고 군대와 자국민을 철수시킨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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