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미 수출, 대중 수출 추월…중국 경기악화 영향
작년 전체 수출입 모두 감소…새해 변수 반도체·대중국 수출 회복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최대 수출시장이 20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중국 경기 악화로 대중 수출이 지지부진한 반면 전기차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은 큰 폭 늘어난 영향이다. 중국 내수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면서 지난해 전체 수출도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무역수지 역시 9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576억60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5.1%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2022년 10월 이후 1년 동안 뒷걸음친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110억3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8% 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은 17.9% 늘며 18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월간 기준 최대 수출시장은 2003년 6월 이후 20년6개월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108억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9%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6.9% 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른 품목들의 수출이 부진한 여파였다. 대표적으로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달 철강 수출이 19.0% 줄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12.2% 감소했다. 반면 지난달 대미 수출은 112억9200만달러로 20.8% 증가했다. 자동차(58.4%)뿐 아니라 일반기계(76.9%), 2차전지(49.0%) 품목 수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연간 기준으로도 대중 수출과 대미 수출 격차는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1157억2400만달러로 대중 수출(1248억3500만달러)과의 격차가 91억1100만달러에 그쳤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양국 비중 차이도 2022년 6.7%포인트에서 지난해 1.4%포인트로 좁혀졌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주요 품목 업황이 가져왔다.
반도체 수요 부진에 메모리 가격 하락과 재고 누적이 겹치면서 지난해 대중 반도체 수출은 31.0% 감소했다. 자금 부족으로 중국 내 다수의 부동산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철강 수출도 18.5% 줄었다. 이와 달리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는 호황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막혔던 부품 공급이 정상화된 데다 전기차 판매가 큰 폭으로 늘며 대미 자동차 수출은 45.5%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인 2차전지 수출도 49.0% 늘었다.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가 확대되고 인공지능(AI) 수요가 늘어나며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36.6% 증가했다.
올해 전망은 품목별 경기 변동과 중국 경제 회복 여부에 달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중 수출에서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앞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에서 자급률이 많이 상승했다”며 “반도체 이외 품목에서 수출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올해에는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출과 수입은 모두 감소했다. 전체 수출은 6326억9000만달러로 전년보다 7.4% 감소했다. 수입은 6426억7000만달러로 12.1%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9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보다 무역수지 적자폭(472억달러)은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180억달러)를 보인 게 뼈아픈 대목이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산 리튬, 전구체 등 2차전지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올해 수출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않다. 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을 6800억달러, 산업연구원은 6671억달러로 각각 전망했다. 이는 올해보다 높은 수치이지만 2022년 수출(6836억달러)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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