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패거리 카르텔 타파”…새해 국정도 다시 ‘이념 앞으로’

유정인 기자 2024. 1. 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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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서 20분간 신년사
“문제 해결 행동하는 정부로”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을 겨냥한 이념 카르텔 언급에 더해 그간 비판해 온 금융·통신·카카오택시 등 문제를 척결 대상으로 재차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념 발언 축소’ 기조에서 벗어나 신년 국정운영 방향으로 다시 ‘이념 카르텔 척결’을 선명하게 부각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년사에 통합과 협치 관련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이권 카르텔, 정부 보조금 부정 사용, 특정 산업의 독과점 폐해 등 부정과 불법을 혁파해 왔다”면서 “올해도 국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함과 아울러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개혁을 방해하는, 자신의 이권에만 매몰된 세력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패거리 카르텔’ 대상을 설명했다.

이날 발언은 윤 대통령이 ‘이념 부각’ 기조로 회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여권의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공개 발언 무게중심을 이념 문제에서 민생 현장과 경제 쪽으로 이동시켜 왔다.

4월 총선을 100일 앞둔 이날 윤 대통령의 새해 국정운영 구상 발표에서 다시 ‘패거리 카르텔 타파’가 부각되면서 진영 간 통합 대신 갈등 고조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올해를 “대한민국 재도약의 중대한 전환점” “민생 회복의 한 해”로 강조했다.

‘민생’ 말하며 ‘협치’ 언급 없어…총선 앞두고 ‘강경 기조’ 회귀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북한 핵·미사일 대응엔
“힘에 의한 평화 구축”

야당 “고집과 불통” 비판

현충원 분향 윤석열 대통령이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수출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고 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봤다. 가계부채 등 리스크 관리와 함께 재개발 사업절차 재검토를 통해 1~2인 가구용 소형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규제 개혁, 건전 재정 기조, 세일즈 외교 등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경제 정책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추진 등 기존 국정기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3대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저출산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방균형발전 정책 추진을 통해 경쟁 체제 해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생략됐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등 안보 분야도 다뤄졌다. 윤 대통령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힘에 의한 평화’라는 안보관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오는 6월쯤 서울에서 열릴 제3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핵전략 기획·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예정이다.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젠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사실상 남북관계 파탄 선언을 한 것과 맞물려 올해 남북관계 긴장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새해, 더욱 새로운 각오로 온 힘을 다해 뛰겠다”면서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신년사 발표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배석한 채 20분 동안 방송 생중계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신년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후 출입기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면서 “올해는 김치찌개도 같이 먹으며 여러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열지 않은 신년 기자회견을 이달 중순쯤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여러분과 어떻게 소통할지 생각하고 계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통상 부처별로 이뤄지는 신년 업무보고를 주제별로 묶고, 관련 현장을 찾는 ‘국민이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형식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새해 첫 공개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경제에 매진하겠다’고 적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함께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들과 떡국 조찬을 함께하면서 “올해는 문제가 생기면 즉각 해결하고 민생에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야당은 ‘고집과 불통의 신년사’라고 비판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패거리 카르텔을 들먹이며 국민 갈등과 여야 정쟁을 부추기겠다고 선언했다”며 “새해에도 민생과 상생이 아닌 이념과 정쟁에만 매달릴 셈인가”라고 밝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돼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돼지만 보일 것”이라며 “권력만 노리는 패거리 카르텔이 뜻하는 대로 안 되면 상대를 패거리 카르텔로 지목하고 괴롭힌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라는 망하는데 정치가 이 모양이 된 것도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며 “그런데 신년사는 변함없는 독선과 오만, 무성찰과 무책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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