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16년 전으로 퇴행한 하천정책
국내 하천 정비와 보전 정책의 기본이 되는 법률인 하천법 제1조에는 “하천의 자연친화적인 정비·보전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 개정되면서 들어간 ‘자연친화적인’이라는 표현은 이전까지 댐 및 보 건설과 준설 등 파괴적 방식이 주를 이뤘던 하천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2006년 만들어진 정부의 ‘2006~2020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댐 건설을 축소하고 홍수터를 늘리는 등 자연복원의 정신을 담고 있었다. ‘강에게 공간을(room for the river)’이라는 표현에도 일정 부분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자연복원의 정신을 무시하고, 20세기식 대형 댐 건설과 마구잡이식 준설로 하천 생태계에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힌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4대강사업이었다. 그런데 이미 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무 효과도 없이 수십조원을 낭비했음이 자명하게 드러난 4대강사업의 축소판 사업을 다시 벌이겠다는 세력이 있다. 바로 한국의 환경정책을 책임지는 부처인 환경부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중단하다시피 한 댐 건설과 하천 준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댐 건설이 왜 10년 동안 멈췄는지를 숙고하지 못한 채 십수년 전으로 퇴행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사회적 갈등만 일으킨 채 각각 2000년과 2016년 백지화됐던 동강댐과 영양댐에서도, 1조수천억원을 투입하고도 아무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녹조만 창궐시킨 영주댐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어리석은 행태를 거듭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지류·지천 준설 정책에 대해선 환경부가 4대강사업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추진할 당시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치수를 위해서는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지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가 일어나는 곳은 본류가 아닌 지류·지천이라는 관점에서였다. 그러나 4대강사업 추진세력은 이를 무시하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4대강 본류의 생태계를 망쳐놓았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류·지천의 치수를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십수년 늦게 들고나온 답은 지류·지천을 준설하고, 댐 10곳을 더 짓겠다는 오답이었다. 준설과 댐이라는 파괴적 방식으로 치수를 한다는 것은 이미 19세기에 수명을 다했다.
특히 댐 10곳을 더 짓겠다는 내용에 대해선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댐이 필요한 곳은 물론, 필요하지 않은 곳에조차 수많은 댐과 보가 들어서 있는 한국의 하천 어디에 그렇게 많은 댐을 짓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냉소적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대강사업 당시 환경부는 ‘국토부 2중대’로 불리면서 개발부처의 독주를 견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의 환경부는 정확히 그때로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하천뿐 아니라 자원재순환, 탄소중립 등 숱한 환경정책에서 퇴행이 계속되다 보니 차라리 환경부가 아무것도 하지 말았으면, 또는 아예 부처 자체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탄식마저 들려온다. 하는 일마다 망치는 이를 빗대는 표현인 ‘마이너스의 손’이 된 환경부를 지켜보기가 점점 괴로워지는 이유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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