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회의 땅’ 라오스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
연말에 학생봉사단을 인솔해 라오스에 다녀왔다. 봉사단이 현지에 기부할 수화물을 부치다 이주노동자들이 휴대한 이민가방을 목격했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던 한국인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은 것처럼 인도차이나도 한국을 추격할 것이다.
라오스는 소왕국이 난립한 상태에서 1893년 프랑스에 귀속되었다. 2차대전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무너지자 일본이 라오스를 점령했다. 통킹만 사건으로 프랑스를 대신해 미국이 개입하며 베트남전쟁이 발발했고 라오스도 전화에 휘말렸다.
1975년 공산혁명으로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이 출범했다. 라오 민족은 왕정과 단절한 공화국을 토대로 자본주의보다 공공성을 강화한 사회주의와 독재를 터부시한 민주주의를 추구했다. 베트남의 도이모이를 따라서 개방했지만 발전 성과는 미진했다.
인도차이나 중북부에 자리한 라오스는 외세에 취약했다. 북베트남이 라오스에 건설한 호찌민 통로를 미군이 폭격했다. 지금도 미군의 불발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비밀전쟁에 소수민족인 몽족까지 용병으로 활용했다.
우리 봉사단은 라오스에서 가나안농군학교를 방문했다. 1962년 김용기 선생이 창설해 새마을운동의 기원이 된 가나안농군학교는 1991년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13개 국가에 진출했다. 라오스 지부는 불교문화와 사회주의를 감안해 조용한 선교를 표방하며 교육과 자활을 지원했다. 한국에 진출한 북미 선교사들이 학교로 창출한 선교의 기적을 차용한 것이다.
우리는 교육봉사를 통해 그들이 간직한 생태적 풍요와 삶의 여유를 체득했다. 가나안 농장에서 카사바 수확과 사료 제조도 거들었다. 카사바 가루인 타피오카 전분은 쌀국수나 발효사료에 혼합한다. 농장의 돼지는 진흙 목욕을 즐기며 체온을 조절했다. 우리는 이후 몽족 마을을 방문했다. 이 마을에서는 한국의 원조를 받아 백탄용 벌목지에 커피나무를 심었다. 정글 개발의 블루오션인 바이오 디젤에 이어 커피가 부상한 것이다.
라오스의 주력 산업은 농축산업과 수자원개발이다.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 계곡을 지난다. 라오스가 댐을 건설하자 메콩강위원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라오스는 수력발전과 홍수조절로 실리를 챙기지만 댐 하류는 농어업 위축과 생태적 위협에 직면한다. 최근에 수력발전소의 운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미국 유학파가 득세한 한국처럼 중국 명문대 출신들이 친중 정책을 양산한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쿤밍에서 비엔티안까지 고속철도를 건설한 것처럼 단둥에서 평양을 경유하는 서울행 노선도 기대해 본다. 시진핑은 실크로드가 역사에 기록된 것은 군마와 창이 아니라 낙타행상과 선의라고 역설했다. 실크로드 전통이 육해상 일대일로의 원동력이다. 만약 동서 양단에 자리한 한국과 서유럽이 동참하면 북·중·러와 한·미·일 간 신냉전 구도를 완화시킬 테다.
김정렬 대구대 자치경찰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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