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멈추고, 3만9천가구 정전…일 “즉시 대피” 긴급방송
새해 첫날인 1일 일본 혼슈 중부에 위치한 이시카와현 노토 지역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에서 가까운 이시카와·도야마·니가타현 등 동해와 접한 지역의 북부 해안에서 최대 5m의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발령되는 등 일본 열도가 새해 첫날부터 지진·쓰나미 공포에 시달렸다. 일본 정부는 인근 원자력발전소에선 특별한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10분께 이시카와현 노토 지역에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규모 9.0)보다는 작지만, 1995년 1월17일 한신 대지진(7.3)보다는 큰 대형 지진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 일부 지역에선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7의 경우 내진성이 약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질 수 있는, 강도가 굉장히 센 흔들림이다. 일본 기상청은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된 것은 2018년 9월 홋카이도 이부리 지역 지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이 워낙 컸던 탓에 진원에서 300㎞ 떨어진 도쿄의 고층 빌딩 안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시카와현에선 2020년 12월 이후 지진 활동이 활발해져 2022년 6월과 2023년 6월에도 진도 6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발생한 지진을 ‘레이와 6년 노토반도 지진’이라고 이름 지었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 일본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며 “당장 높은 곳으로 즉시 대피하라”는 긴급 방송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방송은 “장소에 따라 관측된 높이보다 더 큰 쓰나미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 파도가 관측되기까지 몇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고 5m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경보가 나왔지만, 진원에서 가장 가까운 와지마항에서 1.2m의 쓰나미가 관찰됐을 뿐 대부분의 지역에서 1m 이하에 머물렀다.
지진의 여파로 주변지역의 기차, 비행기, 고속도로 운행이 중지됐다. 제이아르(JR)동일본은 지진으로 나가노~가나자와를 잇는 구간의 신칸센 운행이 멈추는 등 이시카와·가나자와·니가타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워낙 큰 지진이었던 탓에 인근 지역에 정전·단수 등의 피해도 확대됐다. 오후 6시 현재 이시카와현에선 3만2940가구, 니가타현 3600가구 등의 정전이 확인됐다. 저녁 7시 현재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진원에서 가장 가까운 와지마시 등에서 건물이 무너졌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가 확인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엔에이치케이는 인근 나나오경찰서 관계자를 인용해 오후 5시50분 현재 △산사태 △가옥 붕괴 등의 신고가 여러 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피해 지역으로 보이는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시카와 와지마시의 피해 영상을 보면, 상당수 집이 붕괴된 모습이 찍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와지마 중심가에는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다. 승용차나 도보로 높은 지대로 대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정전된 신칸센에 갇혀 있거나 쩍쩍 갈라진 도로, 전봇대가 마을 가운데 쓰러져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영상도 올라왔다. 와지마시 내 가와이마치 등에선 비교적 규모가 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부상자의 유무 등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아직 파악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인근 스즈시에 사는 고니시 에이치(72)는 아사히신문에 “설날이라 딸 가족이 대학생 손자 둘을 데리고 놀러왔는데 갑자기 지진이 발생했다. 이대로면 집이 무너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로 피난을 가는데 몰려 교통 정체가 엄청나 차를 버리고 시청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진 발생 5분 만인 오후 4시15분 △국민들에게 쓰나미와 피난 등에 관한 정보 제공을 적시에 정확히 할 것 △긴급히 피해 상황을 파악할 것 △지자체 등과 연대해 인명을 제일 중시하며 피난자들의 구명과 구호 등의 재해 응급대책에 전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주민 여러분께서는 계속 지진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 쓰나미가 예상되는 지방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대피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지진 피해 지역인 이시카와현(시카 원전), 니가타현(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후쿠이현(오이·다카하마 원전) 등 원전에선 지진 피해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원전은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전력도 “후쿠시마 제1·2원전은 이번 지진으로 아무런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등 재앙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규모가 큰 지진인 만큼,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모야마 도시히로 기상청 지진정보기획관도 “앞으로 일주일 정도에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2~3일 동안 최대 진도 7 정도의 지진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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