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념 패거리 카르텔 타파’가 대통령 신년사에 담길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신년사에서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이념 카르텔 척결’은 다분히 더불어민주당과 비판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야당과의 대화·협치를 말하기는커녕 겁박하는 것이 새해 첫날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자리에서 할 말인지 묻고 싶다.
물론 윤 대통령이 이날 카르텔만 언급한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경제 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생 회복의 한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올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계속 추진하고, 실효성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국정운영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인 데다 ‘이념 카르텔’까지 언급했으니 반성과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그간 ‘카르텔 척결’을 내세워 일부 노조와 시민단체를 공격해왔다. 카르텔은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는 명분으로도 사용됐으니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그 카르텔의 범위를 ‘이념’으로 확장하고, ‘패거리’란 표현도 동원한 것을 보니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비판세력을 상대로 검찰식 통치를 하려는 기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야당과 전 정부를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로 몰며 이념전쟁을 촉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정치”로 비판한 데 이어 대통령이 총선을 100일 앞두고 ‘이념 패거리 카르텔’을 꺼내들고 있으니 ‘정치복원’의 기대는 접어야 할 판이다.
윤 대통령은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간의 정책은 즉흥적으로 던졌다가 여론 반발로 취소되거나, 야당을 무시하다 국회의 협조를 받지 못해 실패한 게 태반이다. 아직도 비전과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듣는 것도 윤 대통령의 일방독주·불통 리더십 탓이 크다. 더구나 민생과 이념은 병립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이념 중 무엇이 우선인지, 새해에도 카르텔 혁파를 이유로 정치 대신 통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윤 대통령은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두 달 전 보선 패배 후에는 “민심은 늘 옳다”고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면서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야당을 적대시하면 민생 회복은 요원하다. 대통령이 하루빨리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통합·포용·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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