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오디션' 우승자, 더 큰 무대 오른다

박민식 2024. 1.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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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어린이병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 병원이 14년 동안 발달장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음악치료 및 교육을 실시해오다, 잠재력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재능을 키우고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어린이병원 측은 "공개 오디션 형식의 공연은 처음이었다"며 "앞으로도 훌륭한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 뮤지션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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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어린이병원 '기적의 오디션'
발달장애 소아·청소년 음악 경연
바이올린 연주 김준희, '바람이 분다' 대상
기획사 트레이닝 후 유명 아티스트와 공연
서울시어린이병원이 2023년 12월 29일 개최한 발달장애 소아청소년 음악경연 '기적의 오디션'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준희씨. 서울시어린이병원 제공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어린이병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발달장애 소아·청소년들의 연주와 노래 실력을 겨루는 '기적의 오디션'. 이 병원이 14년 동안 발달장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음악치료 및 교육을 실시해오다, 잠재력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재능을 키우고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모두 12팀이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올해 3월 수백 명의 지원자 중 오디션을 거쳐 음악치료 대상자로 160명이 선정됐고, 감정 표현과 사회성 훈련을 가미한 교육을 6개월여 받은 뒤 예선을 통과한 이들이다.

이날 또 한번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김준희(26)씨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상대방과의 아이 콘택트나 소통, 감정 표현이 잘 안 돼 발달 정도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인 김씨는 바이올린으로 가수 이소라의 명곡 '바람이 분다'를 연주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김씨가 쓸쓸함과 외로움이 담긴 선율을 선사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또 다른 친구들과 협연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심사위원들은 "정말 진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고, (협연은) 교향악단과 다름없다"(작곡가 김형규) "더 큰 무대에 올라가도 될 것 같다"(가수 김재중)고 호평했다. '발달장애'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화려한 기교보다 감정 전달과 사회성 등도 중요 평가요소였다고 한다. 사회자가 소감을 부탁하자 김씨는 "대상 감사합니다"라는 짤막한 한마디만 남기고 수줍은 듯 뒤로 숨었다.

김준희씨

아이들을 지도해온 김명신 예술센터실장은 "준희는 어릴 때부터 음감이 있고 소질이 보여 부모님이 집에서 교육해 오다 음악치료를 9개월가량 받았다"며 "음악에 감정을 불어넣고, 협연을 통해 사회성도 많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대상을 수상한 김씨는 더 큰 무대에 오를 기회도 얻었다. 연예기획사에서 6개월간 무료로 트레이닝을 받은 뒤 유명 아티스트와 공식 공연에 설 수 있게 됐다. 어린이병원 측은 "공개 오디션 형식의 공연은 처음이었다"며 "앞으로도 훌륭한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 뮤지션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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