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홈런→31홈런' 노시환은 1년 만에 터졌는데…강백호-한동희도 이제 반등할 때 됐다
[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 한국 야구의 최고 수확 중 하나는 ‘거포’ 노시환(24·한화)의 성장이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홈런(31개)을 넘기며 데뷔 첫 홈런왕에 등극했다.
23세 이하 홈런왕은 지난 1990~1991년 22~23세 빙그레 장종훈(28개·35개), 1996년 23세 현대 박재홍(30개), 1997~1999년 21~23세 삼성 이승엽(32개·42개·54개)에 이어 노시환이 역대 7번째이자 4명째였다. KBO리그 레전드 타자들의 계보를 노시환이 이어가게 된 것이다.
노시환의 30홈런은 2000년대생 선수 최초 기록으로 한국 야구 전체로 봐도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한국 야구는 1990년대생에서 거포 계보가 뚝 끊겼다. 1986년생 박병호(KT), 1987년생 최정(SSG), 1988년생 김재환(두산), 1989년생 나성범(KIA), 한유섬(SSG) 이후로 리그를 대표할 만한 거포가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를 제외하고 1990년대생 중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1995년생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유일하다. 김하성은 2020년 키움 소속으로 딱 30홈런을 기록했다. 1999년생 강백호(KT)가 2018년 29홈런, 1991년생 양석환(두산)이 2021년 28홈런, 1990년생 김동엽(삼성)이 2018년 27홈런, 1990년생 채은성(한화)이 2018년 25홈런을 터뜨렸지만 30개를 넘지 못했다.
고교야구가 2004년부터 국제 흐름에 맞춰 알루미늄 배트 대신 나무 배트를 도입하면서 거포 육성이 더 어려워졌다. 반발력 낮은 나무 배트로 자기 스윙을 제대로 하는 장타자보다 공을 갖다 맞히는 컨택을 하면서 발 빠른 타자들이 득세했다. 우투좌타가 급증한 시기와 맞물린다. 거포의 씨가 갈수록 말랐고, 그나마 몇 안 되는 거포 유망주들마저 프로에선 방황했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할 팀들이 거포들의 성장을 인내하면서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노시환이 알을 깨고 잠재력을 폭발하면서 한국 야구의 오랜 거포 갈증을 먼저 풀었다. 성장이 정체된 1990년대생 선수들에게 자극이 될 만하다. 노시환의 1년 선배인 1999년생 강백호와 한동희(롯데)에게 시선이 향하는 이유다. 두 선수 모두 2024년 갑집년을 반등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강백호는 2018년 신인 때 19살의 나이로 29홈런을 폭발했다. 2019년 부상 여파 속에 13홈런으로 주춤했지만 2020년 23홈런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2021년 16개로 다시 떨어지더니 2022~2023년 각각 6개, 8개로 2년 연속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다. 최근 2년간 크고 작은 논란 속에 심리적으로 무너져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25세로 젊고,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시환의 경남고 1년 선배인 한동희는 2020~2021년 17개로 20홈런 기대감을 높였지만 2022년 14개, 지난해 5개로 뚝 떨어졌다. 홈런뿐만 아니라 타율 2할2푼3리 OPS .583으로 주요 타격 지표가 데뷔 후 최악이었다. 수비 불안까지 겹쳐 2군에도 두 번 다녀왔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살아나지 못했다. 비시즌에 ‘롯데 레전드’ 이대호의 지원 속에 강정호 코치가 미국 LA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찾아 교정 작업에 나섰다.
노시환도 2022년 홈런 6개로 실패한 시즌을 거울 삼아 비시즌에 체중을 빼고,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 수정 작업을 거쳤다. 불과 1년 만에 31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순간에 잠재력이 무섭게 폭발했다. 강백호와 한동희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선수가 보란듯이 반등하면 2000년대 초반 이승엽-심정수 이후 모처럼 20대 젊은 거포들의 라이벌리가 KBO리그의 새로운 스토리 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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