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지역의 희망 함께 만들자
커버스토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12월 일본의 한 월간지에 실린 기고가 열도 전체를 흔들었습니다. '괴사(壞死)하는 지방도시'라는 특집호 중 '전율의 시뮬레이션 2040년, 지방소멸. <극점사회>가 도래한다'라는 제하의 논문이었습니다.
글의 핵심은 도쿄 등 대도시로의 인구이동으로 2040년까지 일본 지자체(1799곳)의 절반 가량인 896곳의 기초단체가 소멸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5월 896곳의 리스트가 발표되며, 일본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른바 '마스다 리포트'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민간단체 일본창성회의의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좌장이 주장한 기초자치단체의 소멸은 이후 몇 개의 논문들이 새롭게 정리돼 그 유명한 '지방소멸'이란 제목으로 출판되며,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상호·이나경 연구원)은 '지방소멸위험 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지역산업과 고용> 2023년 3월 봄호)'이란 보고서에서 전국의 228개 시·군·구 중 51.7%인 118곳(소멸위험진입 67곳·소멸고위험 51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인구 50만 대도시와 원도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방소멸의 위험이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실제화되고 있으며,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이같은 지방소멸의 중심엔 우리의 낮은 출산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NYT)엔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있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하의 칼럼이 게재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 출산율인 0.7에서 반등하지 못하면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유럽에서의 인구 감소보다 더욱 빠를 것이란 예측이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엔 대해선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영국의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학 명예 교수는 지난 5월 방한 강연에서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동아시아 국가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공통 문화인 '가부장적 가족주의' '과도한 업무' '경쟁 중심의 과열된 교육환경' '낮은 양성평등지수' 등을 짚었습니다.
이같은 지적과 원인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다만 대부분 예측에서의 공통된 전제, 즉 '낮은 출산율이 계속될 경우'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됩니다.
상황은 변화되고, 환경은 바뀌며, '만약'은 현재가 아닌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낮은 출산율은 오히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강력하게 압박,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악스러운 저출산율은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는 점은 당위적입니다.
문제는 해법입니다.
정부는 최근 16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수립·발표했습니다. 이는 89개 인구감소지역과 이를 관할하는 11개 시·도가 수립한 계획을 정부가 뒷받침해 종합한 최초의 범정부 종합계획입니다.
충청권 역시 지자체별 특성화된 방안은 물론 '메가시티'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교통 인프라를 강화하고, 경제권 통합, 행정수도, 혁신도시,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을 담는 거대하고, 새로운 그릇입니다.
우리는 지금 지방소멸이란 벼랑 끝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충청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충청인의 DNA에 잠재된 통찰력과 꾸준함은 위기를 극복하는 최대 강점입니다. 범 같은 눈으로, 소처럼 천천히-호시우보(虎視牛步)의 길에 대전일보가 함께 하겠습니다.
올 2024년은 청룡의 해입니다. 푸름의 싱그러움과 용의 상서로움을 한껏 받아 행복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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