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SUV 열풍' 일으킨 현대차… "2025년 100만대 생산"[신년기획 2024 '기회의 땅' 동남아·인도를 가다]
'포스트 차이나'에 부는 제2 전성기
1998년 점유율 2.2%→2022년 14.5%
인도 진출 27년만에 현지 2위 자리매김
김언수 권역장 "모터라이제이션 대비
제3공장 인수로 생산능력 대폭 키울 것"
해외 생산기지 1위 '첸나이 공장'
소형차부터 SUV까지 年 80만대 생산
첨단자동화 시설로 1시간에 70대 작업
13개 생산모델 중 SUV가 판매량 53%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는 지난 2022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조5000억달러(약 4536조원)에서 오는 2027년 5조4000억달러(약 7000조원)로 급성장하면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글로벌 경제전망 기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자동차산업 규모도 2022년 370만대에서 2031년 5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4분기 생산능력 80만→100만대
27년 전 글로벌 업체들의 진출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진출해 자리를 잡은 현대차는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뉴델리에서 차로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구르가온에 위치한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현대차의 성공비결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인도를 비롯해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까지 담당하고 있는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장은 "인도 시장은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면서 "자동차 역시 경제발전과 맞물려 향후 급속한 모터라이제이션(자동차 구입 열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권역장은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첸나이 1·2공장에 이어 3번째 공장으로 푸네 지역의 GM 공장 인수를 추진중"이라며 "이를 통해 현재 80만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방정부와 GM 공장 인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진행중이며 오는 2025년 4·4분기부터 1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중국의 대안으로 삼겠다는 전략의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월 인도를 직접 찾아 중장기 성장전략을 논의하고 GM 공장을 인수하는 등 인도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수요가 증가하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의 입지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인도 내 車 판매 2위, 수출 기준으로 1위
현대차는 인도에서 판매 기준으로 2위, 수출 기준으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에 진출한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1991년 개혁개방으로 전환한 인도는 인구 대국으로 미래 시장잠재력과 다양성 및 가능성에 있어서 향후 성장가능성이 주목되는 지역이었다. 이 시장을 조기에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었다. 현대차는 철저한 소비자 및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투자, 적합한 상품을 조기에 공급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1998년 첸나이 공장에서 소형차 아토스를 개조한 '상트로'를 시작으로 이후 소형차 중심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1998년 시장점유율이 2.2%에 불과했으나 이후 판매가 늘면서 2000년 14.1%, 2020년 17.4%까지 성장했다. 2022년 판매 기준으로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14.5%(55만3000대)로 마루티 스즈키(41.3%, 157만6000대)에 이어 2위다. 기아도 6.7%(25만5000대)로 4위를 기록하면서 양사의 점유율은 21.2%에 이른다.
아울러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 수출 1위 브랜드다. 1999~2022년 누적 기준으로 337만대를 수출했다. 98개 국가에 8개 모델을 판매 중인데 아프리카·중동이 133만9000대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유럽 86만6000대, 중남미 67만7000대 등이다.
■현대차의 인도 생산거점 첸나이 공장
뉴델리에서 비행기로 3시간가량 남쪽으로 이동한 뒤 다시 차로 1시간가량 달리자 타밀나두주에 위치한 현대차의 인도 생산거점인 첸나이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998년 9월 양산을 시작한 첸나이 공장은 65만평 부지 위에 건설된 1공장(40만9000대)과 2공장(41만5000대)을 합쳐 82만4000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종사하는 종업원만 8700여명에 이른다. 아울러 현대차 1차 협력사 194개 중 60%(118개)가 첸나이에 몰려 있다. 1·2차 협력사는 2022년 기준 총 1073개에 달한다.
첸나이 차체공장에 들어서자 수백대의 '결합 로봇'들이 불꽃을 튀기며 자동차의 뼈대가 되는 차체 연결을 위한 용접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도영 첸나이 차체공장 책임매니저는 "첸나이 공장은 대부분이 첨단자동화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생산규모는 한국을 제외하고 해외 생산기지 중에서는 1위다"라면서 "1시간에 70대씩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공장에선 4개의 차종을 함께 생산하고 있었는데 로봇들이 차종을 구별해 차체를 연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첸나이 1·2공장에서 소형 승용차를 비롯해 SUV, 전기차(EV) 등 총 13개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판매량 기준으로 인도 전략형 SUV인 '크레타'(14만1000대)와 베뉴(11만9000대), 그리고 소형차 'i10 니오스'(10만6000대) 등이 인기 모델이다.
■SUV가 전체 판매의 53% 견인 '흥행'
인도 시장 변화에 맞춰 SUV를 선제적으로 개발, 투입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53.2%로, 인도 시장 평균(42.0%)을 넘어서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크레타'는 2015년 출시 이후 인도의 도심형 SUV 트렌드를 주도하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SUV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이동혁 현대차 첸나이 공장 책임은 "크레타는 인도 시장에서 선보인 실질적인 첫 SUV로 선제적으로 투입해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기준 96만대를 판매했다"면서 "로컬 업체들도 SUV에 도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품질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에 힘입어 크레타 EV도 2026년 1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인도 시장에서 퍼스트무버 역할을 강조한 정 회장의 전기차 적기 공급 요구와도 일맥상통한다. 인도 시장은 최근 EV 수요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으며 2030년경 본격적으로 EV 확대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도 올해는 10만대 수준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4%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100만대로 비중도 2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출시된 마이크로 SUV '엑스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인도에서 SUV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엔트리 SUV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인도 전략차종으로 개발, 출시 이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엔트리급이지만 6에어백 등의 안전사양을 강화하고 선루프, 2열 에어벤트, 무선 충전기 등의 편의 사양을 탑재한 게 주효했다.
■로봇 자동화, 여성 친화적 문화 '만족'
첸나이 공장에서 만난 인도 현지 직원들은 로봇 자동화 시설, 여성 친화적인 문화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생산기술팀장을 맡고 있는 카시케얀 씨는 "용접 등 차체공장이 100% 로봇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생산라인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카메라가 잡아내기 때문에 생산직 직원들도 안정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근무했다는 스리락슈미 씨(여)는 "18년 동안 근무했는데 형평성 등 여성 친화적인 문화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근무하면서 자기계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는 외국 기업이지만 20년 이상 인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디자인, 기술 등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차를 업그레이드할 때 현대차를 사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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