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태영 오너 자구노력 약속 안지켜"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한우람 기자(lamus@mk.co.kr) 2024. 1. 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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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말 만기 상거래채권
1485억중 수백억 상환안해
태영오너 사재출연 의지 의문
F4 신년회의서 시장불안 점검
채권펀드 10조원 증액 검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상거래 채권 1485억원 중 수백억 원을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상환하지 않은 채권을 워크아웃 대상인 협약채권으로 간주해 부도처리는 되지 않지만, 금융당국은 "오너 측이 사재 출연과 자구 노력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데, 이는 당초 약속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발 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새해 첫날 이른바 'F(Finance)4' 회의로 불리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했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지난달 29일 만기 도래한 상거래 채권 1485억원을 '어음' 성격인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로 분류했다.

태영건설은 이 상거래 채권 중 수백억 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서 상거래 채권 만기 직전인 지난달 1133억원을 차입했는데, 이를 상거래 채권 상환에 모두 쓴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금융당국은 "내일(지난달 29일) 상거래 채권을 결제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지만, 전망이 빗나갔고 이에 따라 오너 측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채권의 본질은 상거래 채권이지만, 태영건설 거래 업체들이 해당 채권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 채권은 일단 워크아웃 대상 채권으로 인정받았고 최종 부도처리는 면했다.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아직 신청 단계로 최종 개시까지 험난한 앞길이 예고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티와이홀딩스 자회사였던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대금 중 오너 몫도 상당 부분 출연하기로 한 자구안 약속을 무슨 영문인지 안 지키고 있는데, 오늘 F4 회의에서도 자구안 이행이 중요하다는 원칙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자구책-후구조 개선'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한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실 기업에 대해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 있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했고 이 중 지분 40%를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몫은 960억원이며 나머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60% 몫은 1440억원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채권자 중 제2금융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 소극적이면 채권자가 선뜻 동의에 나서기 힘들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F4의 구성원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감원장은 태영건설이 제때 상거래 채권을 갚지 못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을 비롯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문제 전반을 점검했다. 2일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 주재로 대책회의를 하는 등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까지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을 점검한다.

또 정부는 태영건설 사태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에 투자함으로써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이 금융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 공문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3007억원 수준이다. 직접 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다 합친 채권단 규모 역시 400곳이 넘었다.

[채종원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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