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멈춰선 현대건설 대조1구역, 현장엔 불법 주차만…

박순원 2024. 1. 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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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1일 '유치권행사' 단행
조합원들 펜스에 "공사재개를"
현대건설 유치권 행사로 1월 1일부로 공사가 중단된 대조1구역 건설현장 모습. 사진 박순원 기자
대조1구역 조합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쪽지들. <박순원 기자>
대조1구역 건설현장 출입구 앞에 주차된 불법주차 차량들. <박순원 기자>
멈춰선 대조1구역 건설현장 모습. 사진 박순원 기자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대조1구역 건설현장 모습. 사진 박순원 기자

서울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 건설현장이 1일 결국 멈춰섰다. 지난 2022년 4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공사중단 사례다. 대조1구역 공사중단으로 아파트 입주 시기는 수년간 지체되고 공사비는 수천억원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이날 찾은 대조1구역 건설현장 외벽에는 일제히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대형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현대건설은 경고문을 통해 "1월 1일부로 민법 제320조 1항에 의거해 유치권을 행사 중으로 무단출입을 금한다"고 안내했다.

현대건설이 대조1구역 공사를 중단한 이유는 대조1구역 조합이 시공사에 지불해야 할 1년 치 공사분 1800억원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대조1구역 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중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분양을 게시해 현대건설에 공사비를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조1구역은 같은해 2월 조합장 직무가 정지된 뒤 여태까지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하면서 분양을 게시하지 못했고, 현대건설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공사비 미지급 시 공사가 중단될 수 있음'을 조합에 수차례 알렸지만 대조1구역 조합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았다.

대조1구역 건설현장이 멈추면서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공사기간은 수년 간 지체되고, 공사비는 수천억원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의 경우 2022년 4월 공사가 6개월간 중단된 뒤 입주 시기가 2년 가량 늦춰졌고, 공사비는 1조원 이상 불었다. 이는 곧바로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이날 대조1구역 건설현장 펜스에는 분담금 증가를 의식한 듯 조합원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 메모가 여럿 걸려 있었다. 이들 메모에는 현대건설에 공사 재개를 요청하는 글부터 조합 집행부를 규탄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공사중단 문제를 해결해달라" "현대건설은 (공사재개를)협력해달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상생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었다. 반대로 대조1구역 조합 집행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새집행부로 곧 돌아오겠다" "대조1조합을 망친 조합원은 사과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대조1구역 건설현장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는 불법 주차 차량도 눈에 띄었다. 통상 건설현장 출입구는 차량 통행이 수시로 이뤄지는 곳이라 주차가 금지되는데, 이곳 건설현장에는 이미 불법 주차 차량이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대조1구역 공사중단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법주차 차량들이 자리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조1구역 조합 집행부 부재 상황이 언제 종료될 것인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조1구역 조합은 지난해 2월 조합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된 뒤 △3월 직무대행자 선임 △10월 기존 조합장 재선출 절차를 밟았지만, 11월 법원으로부터 '조합장 선임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조합장 자리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이에 현대건설은 대조1구역 공사 2022년 10월 착공했지만, 공사비를 정산 받지 못해 14개월째 '외상 공사' 형태로 업무를 진행해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공사비 미지급 시 공사가 중단될 수 있음을 조합에 수차례 알렸지만 대조1구역 조합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조1구역 조합이 집행부를 구성하고 대화창구가 생겨야 공사재개를 논의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조1구역 조합이 정상화되면 빠른 시일 내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조1구역은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를 재개발해 지상 최고 25층 총 28개동 2451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내년 말 개통 예정인 GTX-A 연신내역 도보권에 위치해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로 불린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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