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정부의 교육훈련 서비스 개편해야

김충제 2024. 1.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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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곧 평생교육의 시대가 펼쳐진다.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강화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부처가 정부예산으로 교육훈련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직업훈련포털(HRD-Net)은 이러한 서비스 목록과 공급자를 모아 놓은 중계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사업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유형별 개선방향을 알아보자.

첫째 유형은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교육훈련 사업이다. 해양수산부의 귀어학교, 여성가족부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등이 그 예이다. 귀어학교는 어업 관련 현장 중심 교육을 5주간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정부가 교육시설과 운영비를 지원한다. 여성부는 새일센터를 지정하고 교육과정을 선정한 후 이를 취업희망 여성에게 제공한다. 공통적 문제점은 정부가 공급자를 지정하므로 공급자가 그 지역에서 독점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평가와 선택을 보장하지 않으니 정부가 나서서 평가를 한다. 그러나 평가의 실효성이 의문이며, 또 평가기관을 설립하는 등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를 정부가 평가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소비자가 삼성전자와 경쟁사의 제품을 비교·평가하기 때문이다. 교육훈련 서비스도 공급자 간 경쟁을 조성하고 교육생이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독점을 만들어 놓고 직접 평가를 한다. 그래야 독점 부여 권한과 평가 권한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민간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고 필요한 계층에는 바우처(구매권)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가 민간의 다양한 과정을 선택하게 되므로 경쟁이 발생한다. 정부에 의한 교육훈련 사업은 대부분 교육비가 무상이며 심지어 교통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당연히 프로그램은 늘 손님으로 넘쳐난다. 모든 사람을 받을 수 없으니 수강생을 선발해야 한다. 선착순으로 하면 그중 저소득층이 선택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저소득층에 먼저 기회를 주면 교육프로그램이 마치 임대주택처럼 낙인효과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면 저소득층에 우선권을 주면서 같은 교실 안에 자부담자와 바우처 사용자가 섞이는 소셜믹스를 자연스럽게 달성하게 된다.

정부도 교육프로그램에 이미 국민내일배움카드 등 바우처를 도입하고 있다. 독점 공급자 방식보다는 나으나 여전히 문제가 있다. 핵심은 공급자 선정에 정부가 깊이 관여하며 정부와 공급자 간 카르텔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개입 방법은 크게 사전인증, 정원배정, 사후평가의 3종 세트가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최소한의 인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인증제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뿐이다. 예컨대 K-디지털 기초역량훈련 과정에선 공급자를 6단계로 인증하고 있다.

많은 프로그램에서 정부가 기관별로 수강생 정원을 배정한다. 그러나 이는 훈련기관 간 경쟁을 저해하는 나눠 먹기다. 수강생이 너무 많아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소비자가 알아서 덜 오게 된다. 소비자 선택에 맡기면 되는 것을 정부가 다 정해줄 필요가 없다.

훈련기관에 대한 사후평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평가자는 정부가 아니라 수요자여야 한다. 현재 직업훈련포털(HRD-Net)에 수요자 평가는 없다. 정부에 의한 평가는 교육기관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용부는 평가 결과가 좋으면 '훈련운영에 집중하도록' 평가 간소화를 상으로 준다. 수요자에게 평가를 맡기면 모든 기관이 훈련운영에 집중할 수 있다. 각 훈련기관별 홈피에는 교육후기가 있는데 이는 긍정적 내용이 대세로서 신뢰성이 없다. 대학에서 모든 학생이 강의평가에 참여하듯 수요자의 객관적 과정 평가를 수치화, 포털에서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경쟁을 도입하고 정부의 힘을 소비자에게로 이동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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