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새해 다시 생각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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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다양한 구호들이 시대를 표현해 왔다.
인권을 위해 민주주의도 필요하고, 법치주의도 필요하며,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도 인권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합리적 보장을 위해서는 큰 틀에서 모든 인권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안에서 경제발전, 국가안보 등의 모든 요소가 각기 제 자리에서 제 기능을 할 때, 인권과 민주주의도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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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다양한 구호들이 시대를 표현해 왔다. 독재가 심해지던 시절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와 이에 맞대응하는 '갈아 봤자 별 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구호는 당시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에는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다양한 가치들에 대한 상이한 평가로 인해 혼란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과연 인권과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은 없을까?
또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나머지 경제발전에 소홀해진 것은 아닐까? 오히려 인권과 민주주의가 약간 제약되더라도 1960~70년대의 고도성장을 회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보듯이 국가안보가 취약해지면 인권과 민주주의도 무너지는 것 아닌가?
돌이켜보면 6·25전쟁 상황에서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어려웠고,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유신 시절에 주장되었던 '한국적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올바른 방향이 아니었던 것도 분명하지 않은가?
인권과 민주주의, 경제발전, 국가안보 등의 관계는 갈등 속의 조화라고 볼 수 있다. 당위적으로 이들 모두가 하나의 가치로 연결될 수 있고, 되어야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현실 속에서 이들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가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에서 출발하는 '인권'이라 할 수 있다. 인권이 부정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경제발전이나 국가안보도 맹목(盲目)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권은 매우 복잡하다. 인권을 위해 민주주의도 필요하고, 법치주의도 필요하며,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도 인권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제각기 인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무수히 많은 충돌상황이 발생한다. 때로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소수자의 인권이 침해되기도 한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었지만, 다수에 의해 제정된 법률이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도 드물지 않다. 그런 문제들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제도 등이 필요한 것이다.
수많은 인권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조정하는 것이 국가의 과제이고 법의 역할이다. 인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가안보와 질서유지, 공공복리가 명시되어 있는 것은 이들이 인권에 우선하기 때문이 아니다. 특정 개인의 인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인권을 동시에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조율·조정을 위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이 인권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것도 옳지 않다.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재산권을 비롯한 각종 경제적 기본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생존 자체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즉, 경제발전도 인권의 중요한 요소이자 전제조건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합리적 보장을 위해서는 큰 틀에서 모든 인권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안에서 경제발전, 국가안보 등의 모든 요소가 각기 제 자리에서 제 기능을 할 때, 인권과 민주주의도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인권을 위해 경제발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국가안보가 약화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진영 대립 속에서 모든 주장들이 극단화되면서 하나의 가치만을 절대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적 다양성 속에서만 인권이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수많은 국민들의 인권을 동시에 고려하는 가운데 합리적으로 조율·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권 제한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밥만으로 살 수 없지만, 밥 없이도 살 수 없다. 인간의 존엄 및 인권을 위해 수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도 그 중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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