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로 소비·수출 뒷받침… "성장률 5% 달성" 자신감 [뉴노멀 시대, 美·中·日의 전략]

정지우 2024. 1. 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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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 힘실리는 中
14억명 달하는 내수시장 기반
부동산·소비 등 경제지표 회복세
中당국 유동성 공급 부양나서며
글로벌 수요 위축에도 수출 반등
中정부, 산단·교통인프라 건설 등
올 4조위안 특별채권 발행 전망
현지매체 "적극적 재정정책 지속"
S&P·피치, 中 신용전망 ‘안정적’
글로벌 신평사도 경제회복 힘실어

연간 국내총생산(GDP) 두자릿수 성장률은 옛 추억이다. 이제는 6%대 성장도 어렵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3%까지 추락했다. 14억 인구라는 거대시장을 기반으로 고성장을 자랑하던 중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렸다. 문제는 총체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각종 법과 제도, 공권력을 권력집중 강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숨통이 막힌 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체, 교육계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활동을 속속 포기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전이돼 호주머니를 닫게 만들었고, 청년실업난은 사상 최고치를 매월 경신했다. 여기다 미중 갈등 격화로 미국의 견제는 더욱 집요해졌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은 연이어 터졌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글로벌 수요까지 둔화해서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그래도 중국은 자신만만하다. 역시 세계 1~2위의 인구수 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 광활한 본토 대륙과 그 속에 묻혀 있는 광물자원을 무기로 오히려 타국에 힘을 과시한다. 부동산과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도 침체에서 점차 개선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중국은 '발전의 신호'라고 평가한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 또한 안정적인 중국 경제에 힘을 실어주는 진단이 더 많다.

■'미세하게' 숨결 돌아오는 부동산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문을 연 1978년 이후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눈부신 발전을 구가해 왔다. 한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중국이 급기야 세계 2위 경제국이 돼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모습에 일부 학자들은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기간 중국은 매년 GDP의 44%가량을 국내 기반시설과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 평균(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고속도로와 공항, 발전소 등 부족했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잉건설의 증거가 뚜렷해졌다. 헝다(에버그란데)를 시작으로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크고 작은 부동산 건설업체가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거나 직전까지 내몰렸다.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대상이 아니다'라는 시 주석의 기조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을 차단한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지만, 중국의 부동산은 사실상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중국 당국이 부랴부랴 부동산 살리기에 돌입했어도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개발투자(11월 누적)는 전년 동기보다 9.4% 감소했다. 2022년 12월 마이너스(-10%)로 최저치를 찍은 뒤 2023년 2월 -5.7%로 '반짝' 회복했으나 다시 9개월째 하락폭이 확대됐다.

또다시 정부 규제가 발동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부동산을 더 이상 '불패의 신화'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원인이다.

주요 외신은 "위기를 맞은 중국 부동산은 주택구입 제한 완화 등 지원책에도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부동산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의견도 상존한다. 작년 부동산 개발투자는 4월 -6.2에서 5월 -7.2로 -1p 이상 하락한 뒤 9~10월 -0.2p, 10~11월 -0.1p 등 그 폭이 점차 줄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2024년 경제의 안정적 시작을 위해 수조위안 규모의 특별채권을 추가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특별채권 한도를 미리 확보해 지방의 자금조달 수요를 합리적으로 보장하고, 가능한 한 서둘러 실물 작업량을 형성할 것이라는 취지다.

특별채권은 도시 건설과 산업단지 기반시설, 사회사업, 교통 인프라, 보장성 주거사업, 농림수자원 관리 등 핵심분야 건설에 주로 쓰인다.

2023년 11월까지 발행된 특별채권은 3조6000억위안(약 656조원) 규모인데, 2024년엔 4조위안(약 731조원)으로 확대되고 발행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불확실한 대외수요, 안정적 경제성장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정부가 국유·민영 부동산 기업 50여곳에 융자 등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주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 덕분에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 부동산 주식이 급등했다.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성송청 전 인민은행 조사통계국장의 말을 인용, "올해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생산·투자·수출 '회복' 신호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비지출 변화를 나타내며, GDP 기여율이 70%를 넘길 정도로 중국 경제의 핵심인 소매판매는 2023년 11월에 전년동월 대비 10.1% 늘었다. 이 수치가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그해 5월 12.7% 이후 6개월 만이다. 또 전월 7.6%와 비교해 2.5p 증가한 수준이다.

건축 및 장식재료(-10.4%), 문화·사무용품(-8.2%), 화장품(-3.5%)을 제외하고 대부분 품목의 소매판매가 증가했다. 의류·신발·모자(22.0%), 통신기기류(16.8%), 담배와 술(16.2%), 스포츠·오락용품류(16.0%), 자동차류(14.7%), 금·은·보석(10.7%) 등의 품목이 두드러졌다.

같은 달 산업생산은 6.6%로 집계됐다. 2022년 3월의 7.5% 이래로 20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크다. 비철금속 제련·압연가공산업이 10.2%, 화학원료·화학제품 제조업이 9.6%, 자동차 제조업이 20.7% 각각 증가하며 효자 노릇을 했다. 생산량으로 따질 경우 집적회로가 27.9%, 신에너지차는 35.6% 각각 증가했다.

중국의 산업생산은 공장, 광산, 공공시설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것이다. 제조업 동향을 반영하며 고용, 평균 소득 등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투자의 변화를 보여주는 2023년 1∼11월 고정자산투자는 전월과 같은 2.9%였다. 고정자산투자는 2월 5.5% 이후 8개월 동안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했으나, 최소한 '추가 하락'은 방어했다.

중국 정부는 "외부 불안정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면서도 "각종 거시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국내 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개선됐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중국의 지난해 11월 수출이 1년 전과 견줘 0.5% 늘며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중국의 수출이 반등한 것은 세계적 수요위축 속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당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개월 연속 '마이너스'(11월 -0.5%)를 기록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4개월째 마이너스(-3.0%)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어도 중국 정부는 '안정적'이라고 자평한다.

CPI 연속 하락은 주로 따뜻한 날씨 때문에 농산물 공급이 부족하고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이 배경이라며 근원 CPI는 전월과 동일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국가신용등급, 안정적 〉부정적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무디스 발표 하루 뒤 각각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S&P는 "2023년 6월 '안정적' 전망으로 중국에 대한 A+ 장기 등급을 확정했고, 아직 변화는 없다"고 밝혔으며, 피치도 작년 8월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안정적' 전망과 함께 A+ 등급으로 한 후 변화를 주지 않았다.

중국 정부, 관영매체, 전문가, 중국신용평가기관 등은 보다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며 무디스 주장과 달리 통제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 경제가 일부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무디스 평가가 자칫 회복의 동력을 꺼트리는 '찬물'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신용평가기관 중청신궈지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AA+g'를 유지하고, 전망도 '안정적'으로 이어간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뒤 "중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유연성을 보이고 중국 정부의 재정 공간은 충분하며 국채 발행으로 지방의 가처분 재정여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증가하는 부채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재정여유가 있으며 중국 정치 시스템은 완벽하다"고 강조했다. 중청신궈지는 2024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

중국 재정부도 홈페이지에 "불안정한 세계 경제 회복과 약화하는 모멘텀 속에서도 중국의 거시경제는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질적 발전이 꾸준하게 진전됐다. 중국 경제가 긍정적인 추세를 유지하며 반등할 것"이라며 무디스 보고서 반박문을 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 연구부의 핑챠오빈 부부장은 "무디스 판단에 영향을 미친 부동산의 경우 최근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은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중장기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는 경제 기초체력이 강하고 잠재적 공간이 크고 시장이 깊다는 중국의 특성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국가 경제 방향을 논의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은 안정을 중시하면서 발전을 추구하고, 발전하면서도 안정을 촉진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경제정책과 고품질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직전 2개연도(2021~2022년) 정책 방향이 '코로나19 대응,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절대적인 안정'에서 '안정 속 경제발전 추구'로 목표를 전환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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