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일꾼으로 뛰는 로봇·AI… 고품질 제품 생산 늘었다 [뉴노멀 시대, 디지털 전환]

정상균 2024. 1. 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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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산성 효율화 팔걷은 산업계
국내 제조기업 디지털 전환 속도
전담부서 늘리거나 AI 예산 확충
정유업계, 사고 예방 등 로봇 투입
완성차 업계서는 AI 플랫폼 활용
부품 설계~검증 단계 정확도 높여
포스코와 LG전자가 지난해 11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지하전기실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로봇을 실증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1월 준공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로봇이 아이오닉5 전기차 조립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지하 전기실은 축구장 2개를 합한 것보다 넓다. 이 곳엔 고전압 변압기, 케이블 등이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숙련된 작업자들도 안전 점검 때면 신경이 곤두선다. 포스코와 LG전자가 손잡고 인공지능(AI) 모바일로봇 검증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첫 실증에서 모바일로봇은 자율주행하며 화재 감시와 전력설비 원격 진단을 수행했다. 로봇에 열화상데이터 수집센서가 관제실로 실시간 전송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로봇·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지난 2020년 전후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동시에 내용도 고도화되고 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이 한층 발전한 게 배경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개선, 조직구성원들의 수용성도 높아져 제조·서비스 등 전 산업부문에서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AI·디지털트윈, 기업들이 주도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교역구조 변화, 생산인구 감소 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주요 제조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전담, AI 총괄부서 등을 신설하고 관련 예산도 늘리는 추세다.

우리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은 초기 단계를 통과했다.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온·오프라인 통합형 전환 △디지털 트윈(현실의 기계 등을 가상 구현) 기술로 확장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모델 도입이다.

일례로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 공장, 조선소 등에선 디지털 트윈이 일부 실현되고 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등 정유공장의 경우 생산 계획부터 탄소 배출·에너지 절감, 설비 운영·관리, 안전사고 예방 등으로 디지털트윈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로 운전을 최적화하고 밀폐된 공간에선 질식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임무를 일부 수행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했다.

공정이 방대한 완성차 및 부품, 전장 업계도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르다.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부품 개발부터 AI 플랫폼이 활용된다. 축적되는 데이터를 부품 설계·제조 및 판매·관리·AS 등 다양한 공정에 적용, 개발 속도 및 품질을 높인다. 정순인 LG전자 VS(전장부품솔루션)사업본부 책임연구원은 "미래 자동차는 고성능 칩, 소프트웨어가 차를 통합 제어한다"며 "설계·개발·검증·유지까지 신속·정확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지능화, 자동화, 초연결 등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전환은 산업 간 융복합을 촉진,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영역의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조업 일꾼으로 뛰는 로봇·AI… 고품질 제품 생산
■제조업 디지털 전환 고도화 가속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국내 대표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나노 단위까지 시뮬레이션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 제품개발 전 과정에서 성능 및 결함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SK그룹은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한다. 이를 위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완공한 최첨단 로봇·AI 기술이 적용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모빌리티를 동시에 생산하는 '셀(cell)'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것"이라며 "이곳에서 개발·실증한 제조 플랫폼을 전 세계 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스마트 고로 등 디지털 전환을 전사적으로 실현 중이다. 작년 4월 AI 기술을 활용한 쇳물 예비처리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상용화한 것도 그중 하나다. 숙련공이 육안, 경험으로 하던 작업을 AI 영상인식 시스템이 최적의 경로로 쇳물의 슬래그를 제거하는 스마트팩토리의 한 장면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설계·제조 등 모든 공정에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스마트조선소 프로젝트(FOS·Future of Shipyard)를 3단계로 추진 중이다. 현재 1단계로 가상조선소(Twin FOS)를 고도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부터 항공화물 종이 운송장을 디지털 문서로 바꾸는 전자항공 운송장을 의무 시행한다.

한화솔루션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화학물질 데이터로 화학식을 이해할 수 있는 초거대 AI를 개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소재 후보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빠른 속도로 예측, 상업화 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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