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硏 "정책 자금 낭비하는 한계기업 과감하게 정리해야"

최상현 2024. 1.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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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경제硏·전문가 5인 인터뷰
부동산 PF 부실·가계빚 누적에
소비 둔화·설비투자 부진 우려
"노동유연화·선심정책 자제해야"

"영업활동을 통해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들처럼 수익성이 안 좋은 기업이 계속 남아서 안 그래도 부족한 노동력을 계속 붙잡고 있고, 정부 정책 자금도 낭비하다보면 새로운 기업이 신성장을 창출할 동력이 사라진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셀 수 없이 많은 규제가 겹겹이 쌓여있어 신생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고, 국내·외 투자가 유입되기도 어렵다. 해외 100대 유니콘 기업 중 40%는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척박한 규제 환경에서 정부 재정만 투입한다고 해서 신산업을 육성할 수 없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디지털타임스는 1일 국내 경제연구원 5곳의 전문가와 '2024년 한국경제 전망과 과제'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올해도 우리 경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가계부채 누적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시한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는 '한계기업 청산'과 '기업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투자 부진을 우려했다. 지난해 1~11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4% 줄어 4년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의 대책을 제시했지만, 올해 설비투자도 한국은행(4.1%)을 제외하면 다수 기관이 설비투자 증가율을 2%대 이하로 봤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외협력부원장(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들어 설비투자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세법 개정에 따라 해외 자회사 배당금 유입이 큰 폭으로 발생했는데, 이를 단순히 주주환원으로 돌리기보다는 설비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이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정책연구원 경제전망실장도 "한국경제인협회나 대한상의 등과 협업해 '규제 리스트'를 해소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를 관통한 또다른 키워드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부채였다. 안 부원장은 "미래로부터 당겨온 소득, 즉 부채가 고금리 시대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소비, 투자를 둔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부동산과 관련된 가계 및 기업 부채가 상당해 질서 있는 디레버리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석 부연구위원도 "올해 잠재돼있던 민간부채 문제가 한번에 터져나올 수 있다"며 "총선 전 선심성 정책을 자제하고, 특히 자영업자 부채 연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된 만기 연장으로 자영업자 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년 2%대 물가상승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미국 금리 변동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혔다고 인식될 때까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라며 "취약한 가계와 기업 부문의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인위적으로 물가를 조절하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며 "전기세를 묶어놨다가 한국전력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과 같이, 결국 언젠가 부작용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저출산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 때"라는 목소리도 잇달았다. 이 부연구위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고, 사람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위헌 소지가 제기될만큼 파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으니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상향 이동이 어려워지고, 처음 어떤 기업에 입사하느냐가 앞으로 평생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 교육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고, 세계 최악 저출산이라는 부작용이 따라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연공서열적 임금구조를 타파하고, 근로시간도 다양한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경력단절녀'와 고령 인구 등이 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용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원장은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다양한 환경 변화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말 그대로 산업대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신산업·미래먹거리 성장을 위해 정부가 기업 애로사항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주 실장은 "대표적으로 꼽히는 신산업이 이차전지인데, 미국 시장에서 원활히 성장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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