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채널코퍼레이션 김재홍 공동 대표·최재용 일본지사 대표 | “온라인서도 오프라인처럼 응대”…日 뚫은 AI 메신저 ‘채널톡’
채팅 상담, 챗봇(대화형 인공지능), 인공지능(AI) 전화 등 기업과 고객이 소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매출의 약 20%가 일본에서 나온다. 채널코퍼레이션은 빔즈, 유니온도쿄, 아크테릭스 등 1만5000여 개 일본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처럼 손님을 응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채널톡의 강점을 내세워 접객을 중시하는 일본 패션 업계를 주로 공략한 덕분이다. 50여 개 현지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에서 점유율 20%로 업계 1위다. 다음 공략 대상은 사람을 많이 채용해야 하는 콜센터 시장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 중 한 곳이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가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기존 직원들은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채널코퍼레이션이 콜센터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10년 내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2023년 6월에는 미국 뉴욕에 지사를 설립하며 북미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김재홍 공동 대표가 직접 뉴욕 지사에 머물며 팀을 꾸릴 예정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강남타워에 있는 채널코퍼레이션 본사에서 김 대표, 최재용 일본지사 대표를 만났다.
일본 패션 시장을 어떻게 공략했나.
최재용 “일본 패션 업계는 큰 회사들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접객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환대)’ 문화를 공략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처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설득한 게 호응을 얻었다.”
어떻게 챗봇으로 오프라인처럼 소통할 수 있나.
김재홍 “처음 일본 시장에 진입했을 때만 해도 많은 기업이 자동화된 챗봇을 내놓고 있었다. 우린 그 반대로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질문을 챗봇으로만 응대할 경우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만 답이 돌아온다. 좋은 고객 경험을 줄 수 없다. 단순 질문엔 챗봇으로, 그 외엔 상담사가 실시간으로 대답(라이브챗)하는 방식이다. 여기엔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이 결합해 있다. 데이터에 기반해 중요한 고객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른 단순 챗봇 업체들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실제 현지 상장사가 비슷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서비스를 냈다가 기술 격차로 접은 바 있다.”
최 “메일·전화로 하는 CS(고객 관리)는 구매 후 항의성 문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젊은 층이 많이 쓰는 챗봇을 활용하면 80%였던 항의가 40% 수준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60%는 ‘사이즈가 있나’ ‘재고가 언제 들어오나’ ‘사진과 비교해 실제 색감은 어떤가’ 등의 구매 전 문의로 들어온다. 라이브챗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소비자를 위해 챗봇은 AI 전화 기능도 있다. 상담사가 전화로 고객에게 ‘링크를 보냈으니 클릭해 보라’는 식으로 안내할 수 있다. 챗봇으로 상담받은 10명 가운데 3명은 실제 구매를 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채널톡을 이용하면 구매 전 문의에 인적 자원을 투입할 수 있어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보수적인 일본 시장에서 영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 “일본 사람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해외 서비스를 쓰는 데 거부감이 덜한 현지 스타트업부터 공략했다. 일본은 사회적 신뢰가 중요한 곳이다. 이를 쌓아나가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최 “한국에선 많은 기업이 온라인 마케팅을 한다. 일본에선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일본에는 손 편지 영업 문화가 있다. 현지에 있는 미국 기업도 만나 달라고 손 편지를 쓴다. 개인 정보 수집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담당자 메일 주소를 알기 어려우니 회사 주소로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렇게 해서 만남이 성사되면 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작은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일본 장인이 대나무로 만든 귀이개가 대표적이다. ‘귀지를 잘 파서 고객의 소리를 잘 듣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유행처럼 채널톡의 작은 선물 영업이 확산하기도 했다. 채널코퍼레이션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일본에서 향후 사업 계획은.
최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나라다.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현지 매장에 가면 직원이 예전의 절반 정도로 줄어있을 정도다. 우리 기술은 많은 상담사를 채용해야 하는 콜센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AI를 적용해 상담 효율을 올릴 수 있도록 여러 현지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콜센터는 우리가 주력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업계보다 규모가 10배 정도 큰 시장이다.”
김 “그동안 채널코퍼레이션은 중소사업자 위주로 사업을 펼쳤지만, 이제는 더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CRM 기반의 AI 챗봇 기술에 콜센터 솔루션까지 결합하면 향후 5~10년 안에 한국, 일본을 합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콜센터 시장은 한국에서도 8조원 규모로 잠재력이 크다. 대부분 18만~20만 명가량의 상담사에게 투입되는 인건비다. AI가 반복되는 상담을 대체하면 상담사들은 보다 가치 있는 영업이나 주요 고객(VIP) 관리 등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향후 2~3년 안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관련 기업인 CS쉐어링, CEF솔루션 등과 손잡고 AI 상담사 개발에 나섰다.”
일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김 “모든 해외시장 진출이 그렇겠지만, 일본은 특히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일본만의 특징은 특히나 자리 잡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현지 사람이나 시장 분위기가 굉장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의사결정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려서다. 하지만 일단 올라가면 급격히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도 작을 만큼 안정적이다. 또 인구가 한국의 두 배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버텨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 기업의 장점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저돌적이며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굉장히 신중하고 시간을 들인다. 좋을 결정을 이들보다 빨리 내린다면 경쟁력이 있다. 다만 뚝배기처럼 뚝심도 있어야 한다. 우리도 사업 초기부터 일본 시장을 동시 공략해 성장 단계까지 8년쯤 걸렸다.
일본 진출은 이처럼 시장과 현지 수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을 뽑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식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도 있어야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다.”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김 “2023년 6월 많은 잠재 고객 기업이 몰려 있는 미국 뉴욕에 지사를 설립했다. 올해 직접 지사에 건너가서 10명 규모로 팀을 꾸릴 예정이다. 미국은 규모가 크고 기술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채널톡은 한국·일본을 겨냥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시간 응대뿐 아니라 VIP를 보다 친절하게 잘 관리할 수 있다. CS 품질이 높지 않은 미국에서 경쟁력이 있다. VIP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서비스로 올해 데뷔할 계획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채널코퍼레이션
본사 서울시 강남구
사업 올인원 AI 메신저 ‘채널톡’
창업자 최시원·김재홍
설립 연도 2014년
매출 130억원(2022년)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