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2024년 대선 주목받는 스트롱맨 | ‘러시아 대통령 5선 확실시’ ‘아메리카 퍼스트 2.0 재현되나’

전효진 기자 2024. 1. 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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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7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AP연합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까지 겹치며 전 세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새해를 맞게 됐다. 영국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을 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선거를 치르는 역사상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군사력 세계 1위(미국)·2위(러시아) 국가의 대선 향방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러시아에선 올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한다. 그는 전체주의 진영의 대표적 ‘스트롱맨(strongman·권위주의적 지도자)’으로, 이미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도록 길을 닦아놓아 이번 선거에서도 사실상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다가오는 11월 또 다른 ‘스트롱맨’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함을 과시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귀환에 안도감을 느끼는 유권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비율이 미국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정치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12월 18일 모스크바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24년 대선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2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2월 17일 네바다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러시아 ‘주권’ 강조한 푸틴 “국익 따라 휴전 협상하겠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올해 3월 15~17일(이하 현지시각) 진행되는 러시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그는 2023년 12월 8일 크렘린궁에서 ‘대선에 출마해달라’는 군인의 요청을 수락하는 형식으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주권’을 강조하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강대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주권국가가 되든지, 존재하지 않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주권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러시아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권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제3대 러시아 대통령,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4대 러시아 대통령을 지냈다. 그러다 2008년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총리로 자리를 옮겼으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이후 다시 2012년과 2018년 투표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20년엔 당시 재직 중인 대통령(푸틴)에 한해 기존 재임 회수를 ‘0’으로 돌리는 헌법 개정을 했고, 결국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79.3%(2023년 12월 15일 기준)를 넘어서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가려는 듯 푸틴 대통령은 출마 공식 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국제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러시아는 원한다면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국익에 따라 협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동맹 가입을 10년 안에도, 20년 안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서양 국가들의 ‘하이브리드 전쟁’에 맞서 핵전력 등 군사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등을 이용해 상대국에 공포와 혼란을 주는 전쟁 양상을 뜻한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며, 러시아에 전략적인 패배를 가하려는 모든 시도는 좌절됐다”면서 “러시아는 유럽과 전쟁을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바이든 정권)은 자국 이익을 위해 유럽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푸틴의 다섯 번째 대통령 취임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고착화 우려를 키운다.

‘독재자’ 트럼프 재조명?⋯인기 비결은 “실용주의 중도 보수 입장”

“(취임 첫날) 단 하루만 제외하고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멕시코와 접하는 남부) 국경을 닫고 (석유를) 시추하고 시추하고 시추할 것이다. 그 뒤론 독재자가 되지 않겠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2017년 1월부터 5년간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를 흔들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독재자가 될 것인가”라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발언이다.

자극적인 발언으로 인해 ‘독재자’의 대명사가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미국 사회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공화당 첫 대선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의 코커스(당원대회) 참석 예상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과반을 넘는 지지율(51%)로 독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현상에 대해 “트럼프가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인기 비결은 공화당의 핵심인 보수 주장을 이어가면서도 실제로는 실용주의적 중도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재임 당시 거친 말과는 달리 정책 결정은 중도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의료 정책, 대외 정책, 통상 정책에서 그는 공화당, 민주당 양당의 극단적 주장을 배격하고 온건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신에선 그의 재집권에 대해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현직 보좌관, 외교관 2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때) 더 많은 충성파를 확보해 이전 임기 때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부터 중국과 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연방 기관 입장을 전면적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1월 15일 아이오와주에서 공화당 첫 대선 경선이 치러진다. 같은 달 뉴햄프셔주에서 두 번째 경선이 열린다. 15개 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펼쳐지는 3월 5일은 대선후보 윤곽을 확인할 수 있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이다. 공식적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오는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확정된다. 2023년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미국 전역의 등록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WSJ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7%의 지지를 받아 43%에 그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웃돌았다. 때문에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중국과 무역 전쟁을 촉발하고, 기후 협약을 탈퇴하고 동맹국에 군비 부담을 전가하는 그의 철저한 미국 이익 중심 행보인 ‘아메리카 퍼스트’ 2.0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 정치와 경제 구도에 미칠 영향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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