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5세대 프리우스 | 원조 하이브리드가 돌아왔다
1997년 등장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차 도요타 프리우스가 5세대 신형으로 돌아왔다. 국내 기준 20.9㎞/L((2WD·17인치 타이어 기준)라는 뛰어난 연료 효율과 날렵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2023년 1월 일본에서 먼저 소개돼 소비자 대기 기간이 1년여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라틴어로 ‘선구자’라는 뜻을 갖고 있는 프리우스는 출시 후 26년간 최고 효율 자리를 놓치지 않은 차다. 전 세계적으로 500만 대 이상 판매돼, 하이브리드 시장의 개척자로 인정받는다. 오늘날 도요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프리우스로부터 시작됐다.
5세대 신형 프리우스는 2023년 11월 13일 국내 출시됐다. 출시 한 달 전부터 진행한 사전 계약에는 약 700명이 모였다고 한다. 5세대 신형 프리우스(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서울에서 경기 가평군을 왕복하는 약 160㎞ 코스에서 시승했다.
화살촉 같은 공격적 디자인
공격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이전 세대 제품도 꽤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5세대 신형은 화살촉을 보는 것 같다. 보닛부터 지붕 가장 높은 곳까지 쭉 뻗었다. 도요타의 범용 플랫폼 2세대 TGNA(Toyota Global New Architecture)를 적용한 덕분이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차폭을 넓히는 동시에 저중심 설계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차 크기는 길이 4600㎜, 높이 1780㎜, 너비 1420㎜, 휠베이스(앞·뒷바퀴 중심 간 거리) 2750㎜다. 구형보다 20㎜ 넓어졌고, 40㎜ 낮아졌다. 길이와 휠베이스는 각각 25㎜, 50㎜ 늘었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낮은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1.6°로 뒤로 누운 A필러(차를 앞에서 봤을 때 가장 앞쪽의 기둥)다. 슈퍼카인 람보르기니의 A필러 각도는 공기역학 성능을 고려해 18°로 만들어지는데, 프리우스도 이에 못지않게 A필러를 눞혀 공기저항을 줄였다. 공기저항이 낮아지면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
옆면에서 보면 지붕이 최고점에서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뒷면도 공기 흐름에 중점을 뒀다. SF 영화에서 볼 법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이 꽤나 좋아 보인다. 젊은 소비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게 이 차를 개발한 오야 사토키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실내는 운전에 집중하기 좋은 공간으로 연출됐다. 운전자 시선을 앞쪽으로 향하게 하도록 계기판을 구성했다. 낮은 A필러로 운전 중 시야가 좁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앉았을 때 전방의 시야가 답답하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다만 낮은 지붕으로 앉은키가 큰 사람은 머리가 닿을 수 있다. 도요타는 시트를 내려 공간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뒷좌석도 시트를 내려 머리 공간을 늘렸지만, 무릎이 들려 앉은 자세가 약간 불편하다.
조수석 시트 조절도 수동이다. 3000만원대 하이브리드, 4000만원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임에도 이런 부분은 아쉽다. 최근 국산 차는 전동 시트는 기본이다. 수입차를 타는 이점이 다소 떨어진다. 약간 저렴해 보이는 실내 곳곳의 플라스틱 소재도 아쉽다. 도요타가 대중 브랜드인 탓이겠지만, 가격은 그렇지 않아 소재 개선이 필요하다. 트렁크 역시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열리고 닫히는데, 요즘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있다.
연료 효율 국내 상위권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모델은 2.0L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기존 1.8L에서 배기량은 늘려 성능이 196마력으로 향상됐다. 연료 효율은 약간 떨어졌지만, 국내에선 상위권인 복합 20.9㎞/L다. 우리나라에서 프리우스보다 연료 효율이 좋은 차는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뿐이다. 이들 차는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2.0L 엔진을 장착한 차 중에서는 프리우스가 최고 효율이다.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2.0L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는다. 시스템 총출력 223마력을 확보했다. 국내 연료 효율은 19.4㎞/L(복합)다. 역시 높은 효율이 강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3.6㎾h 배터리가 장착됐다. 전기 단독으로 최대 64㎞를 달릴 수 있다. 2022년 서울 기준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27.9㎞인데,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휘발유를 전혀 쓰지 않고 전기로만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충전은 전기차처럼 하면 된다. 일본 파나소닉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오야 엔지니어는 “전기차에 가솔린 엔진을 더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2세대 TNGA 플랫폼의 특징은 저중심 설계로, 하이브리드 모델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경쾌한 달리기를 개발 목표로 삼고 있다. 이전 세대 프리우스는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가속과 속도 유지가 다소 굼뜬 느낌이 있었다. 새 프리우스는 가속 페달에 힘을 살짝만 줘도 차가 확 튀어 나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가속 성능이 더 뛰어나다.
차체는 가벼우면서도 충분한 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숙성을 높였다. 차체가 단단하다는 건 그만큼 달릴 때 불안감이 적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에서도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크지 않다. 서스펜션 세팅을 강화해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지만, 부드러운 감각도 가지고 있다. 편안하고 쉬운 주행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은 도로 충격을 잘 흡수하고, 과속방지턱도 매끄럽게 넘어간다.
직선 도로에서 치고 달려 나가는 느낌이 좋다. 운전대(스티어링휠)의 무게는 적절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운전자가 의도하는 대로 정확하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급하게 차를 좌우로 움직여 봤다. 차체가 자세를 바로잡는 시간이 재빠르다. 고성능 차는 아니지만, 운전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제동 시스템은 5세대 신형에 들어 변경됐는데, 충분한 제동력을 내면서도 급한 느낌이 없다.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제동 페달 조작량을 감지, 운전자가 원하는 수준의 제동을 구현해 낸다. 그러면서도 에너지를 회수하는 회생제동 효율도 끌어올렸다. 하이브리드도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회수하느냐가 기술력인데, 이미 이 부분에서 도요타는 정평이 나 있다.
5세대 신형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LE 3990만원, XLE 4370만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은 SE 4630만원, XSE 4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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