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0년 방송작가서 전업한 김재순 노코드데이터 AI강사 | “빅 데이터·AI 강의, 이과 출신만 할 수 있는 것 아닙니다”

손덕호 조선비즈 기자 2024. 1. 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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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순 노코드데이터 AI강사동국대 북한학, 전 SBS·MBN 방송작가사진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코딩,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문과 출신은 손을 대볼 엄두조차 들지 않는 분야다. 대부분 문과 출신인 작가가 쓰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일은 무언가 컴퓨터에서 암호 같은 명령어를 치면 검은 화면이 나오고, 배우가 키보드를 두드리면 결과물이 나오는 장면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런 일에 40대 넘어서 도전하고, 새로운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서울시 출연 기관인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도움을 받은 김재순(44)씨는 그렇게 도전에 나서고 있는 사례다. 대학에서 북한학·사회학을 전공한 후 2002년부터 방송작가로 일했다. 그로부터 20년도 더 지나서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도전을 하게 됐다.

노코드데이터 AI강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과 예측 활동을 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 강사다. 교육 현장에서 데이터·AI 교과를 강화하면서 학교에 전문 강사로 진출할 수 있다. ‘노코드’라는 이름처럼 학생들이 파이선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한 코딩 작업을 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국내 IT 기업 씨에스리가 개발한 ‘빅재미(BigZami)’ 솔루션을 이용한다.

씨에스리가 만든 ‘빅재미’ 툴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40대 직업 전환 유망 분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사’와 함께 노코드데이터 AI강사를 발굴하고, 2023년 9~10월 두 달간 직무교육을 실시했다. 노코드데이터 과정에는 총 46명이 지원해 30명을 선발(경쟁률 1.53 대 1)했고, 전원 교육과정을 마쳤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이과 출신이었다. 강의를 듣다 보니 문과 출신이 더 나은 측면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데이터를 가공해 결과를 내려면 처음에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학생들이 사고를 넓히도록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문과 출신이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씨에스리와 강사 위촉 계약을 모두 체결했고, 올해부터 데이터 교육을 할 강사로 학교 교단에 서게 된다. 김씨를 2023년 11월 14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만났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ESG 평가사’ ‘노코드데이터 AI강사’ 직무교육 과정을 수료한 참여자들이 2023년 11월 14일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수료식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서울시50플러스재단

방송작가 일을 하다가 노코드데이터 AI강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는.
“방송작가는 22세 때부터 22년간 했다. 그 사이 방송계는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콘텐츠 제작 속도가 빨라졌다. PD, 작가, 아나운서, 촬영감독 등 방송팀에서도 어느새 제일 연장자더라.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방송작가는 글 쓰는 것 외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다. 일하면서 기술을 갖고 있는 PD나 촬영감독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나도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변하는 세상에 맞춰 내가 가질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AI, 빅데이터 이야기가 나와 관련된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보던 중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여는 노코드데이터 AI강사 양성 캠프에 지원하게 됐다.”

솔직히 ‘노코드데이터 AI’라는 게 무엇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 마찬가지였다. 컴퓨터와 의사소통을 하려면 파이선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명령하는 코딩을 해야 한다. 코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데이터 작업을 AI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그런 툴이 만들어져 있고, 그 툴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는 강사를 양성하는 직무 교육을 받았다.”

이제 학교 현장으로 나가야 할 텐데, 직업 전환을 생각하는 40대들에게는 급여와 안정성 같은 게 가장 궁금할 것 같다.
“2022학년도에 중학생 대상으로 정보 교육이라는 과목이 생겼고, 그 안에 AI·데이터 교육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 과목을 강의할 강사가 필요하다. IT 전공자라도 본인들이 지식을 알고 있는 것과 강의를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강의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양성한 것이다.

일단 초·중·고에 처음에는 보조 강사로 들어간다고 해서 강의 1시간당 시급은 몇 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 뒤에 올라갈수록 강의료를 더 받을 수 있다. 강사로 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다.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강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기 수료생 30명 중 대부분은 관련 경력이 있을 것 같다.
“절반 정도는 강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고, 나를 포함해 두 명 정도를 제외하면 IT 전공자거나 관련된 일을 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이 수업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노코드’이긴 하지만 강사니까 기본적으로 코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전혀 없었다. 현지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에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이었다. (동료 수강생들 가운데) 프로그래머도 있어서 모르는 것을 낑낑대고 있으면 다 와서 가르쳐줬다. 강의 시간에 질문하느라 손을 많이 들어 수업이 끝나면 항상 어깨가 아플 정도였다.”

가족의 반응도 궁금하다.
“(과정 참여자를 선발하는) 면접에 네 명이 들어갔는데, 나 빼고 모두 IT 전공자였다. 떨어질 줄 알고 집에 돌아가 ‘다 완전 실력자야, 나만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했는데 다행히 붙어서 이렇게 배웠다. 가족들도 ‘그거 할 수 있겠냐’고 했는데, 끝까지 이수하니 (가족들이) 자랑스럽다고 칭찬을 많이 해준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학교에서 파이선을 배워 프로그램을 짠다. 그 전에는 나와 얘기하면 말이 하나도 안 통했는데, ‘엄마 오늘 파이선 배웠어’라고 하니 ‘엄마 내가 가르쳐줄까? 엄마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줘서 사춘기인 아들과 사이가 되게 좋아졌다.”

문과 출신으로서 전공자나 관련 경력이 있는 강사보다 장점이 있다면.
“(학생들은) 파이선 같은 프로그램 언어는 잘하는데, 데이터 교육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기술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가공해 어떤 결과를 내려면 어떤 문제가 있고, 해결하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문제의식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사고의 확장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문과적 소양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코드데이터 AI 강의를 하는 데 쓰는 툴(빅재미)은 어떻게 동작하나.
“데이터를 넣으면 챗GPT처럼 요약도 해주고, 그래프를 그리는 시각화 작업도 자동으로 해준다. 데이터를 가공하려면 (엑셀 같은 경우) 함수가 필요한데, 그 함수를 AI로 처리되도록 해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연어 프로그램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의 재교육이나 직업교육은 청년 위주였다. 더 찾아보니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40대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찾아봤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40대에게 조언을 한마디해준다면.
“40대들이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일을 해야 할까, 일을 그만둬야 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특히 여성은 자녀가 크면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멀리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에 서울시나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만 잘 눈여겨봐도 그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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