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글로벌 금융 산업 전망 ④] 새해 부동산 펀더멘털 약화 우려 속 디지털 경제 시설 부각
딜로이트는 전 세계 주요 부동산 소유 및 투자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750명을 대상으로 ‘2024 부동산 전망 서베이’를 실시했다. 서베이는 2023년 6월 북미(미국·캐나다), 유럽(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페인), 아시아·태평양(호주·일본·중국 본토·싱가포르) 등 3개 지역 11개국에서 운용 자산 규모가 5000만달러(약 657억원) 이상인 부동산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공실률, 임대 활동, 임대료 등 부동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그림 1).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요인은 자본 확보성과 자본조달 비용이다.
부동산 펀더멘털 전망이 급변하면서, 부동산 기업들이 주요 타깃으로 삼는 자산의 유형도 크게 변했다(그림 2). 가장 높은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으로 북미·유럽·아·태 세 개 지역 모두에서 데이터센터 및 무선 기지국 등 디지털 경제 시설이 꼽혔다. 반면 하이브리드 업무가 확산되면서 오피스는 2023년에 비해 순위에서 크게 밀렸다. 사무실·소매·산업·다세대주택 등 이른바 ‘4대 부동산 자산’ 외 대체 자산 유형이 올해 5위권에 들었다. 전년 대비 순위가 가장 크게 오른 것은 공유 창고 방식의 셀프스토리지 시설로 14위에서 8위로 올랐다.
부동산 자산 유형별 현황 및 전망
1│사무 공간
원격 근무가 확산되며 범산업적으로 사무공간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 전 세계적으로 공실률이 15.6%를 넘었고 오피스 건물의 가치가 4.5% 하락했다. 이 가운데 고품질 오피스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추산에 따르면, 현재 공실 상태인 미국 사무 공간 중 60%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20%는 대대적 리노베이션 없이는 사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부동산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업무에 걸맞은 고품질 오피스에 대한 수요 또는 지속 가능성 규제에 부합할 수 있는 용도 변경을 모색하거나, 이러한 용도 변경이 비용 효율적이지 않을 경우 전면 철거하는 등 현실적 전략이 필요하다.
2│소매업 공간
2023년 초 소비 심리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위축됐으나, 전 세계 가계 재정이 꾸준히 개선돼 소매업 경기가 동력을 회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입지 가치가 높은 곳으로 대형화된 리테일 기업들이 몰리면서, 소매업 임차 수요는 동력이 강화됐다. 이에 소매업 공간은 공실이 빠르게 줄고 임대료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회복력은 소매 기업들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강력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소매업 부동산 개발 현황과 수급 균형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3│산업 공간
전자상거래와 제삼자 물류업뿐 아니라 리쇼어링 투자가 증가하면서, 물류 창고와 제조 시설 등 산업용 입지에 대한 수요 경쟁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말까지 역대급 건수의 신규 착공이 예정돼 있어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등 규제 환경도 우호적이다. 하지만 산업용 부동산 건설 호황은 두 가지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가용 토지가 부족하다. 특히 교통망·에너지·노동력 등 기반이 갖춰진 약 405만㎥(1000에이커) 이상의 공장 부지를 뜻하는 ‘메가사이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이러한 공장 시설을 뒷받침할 만한 에너지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입지가 갖춰진 산업용 부동산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
4│주거 공간
팬데믹 기간 활황이었던 주택 판매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후 자본조달이 어려워지자 매수 활동이 위축됐다. 그 결과 다세대주택 임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적정 가격의 주택 공급이 글로벌 주택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 비용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개발을 위한 자본조달도 어려워져 적정 가격의 신규 주택 공급은 계속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다세대 임대주택에 거주하며 주택 구매 기회를 엿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남을 것이다. 이에 따라 다세대 임대주택 수요가 강력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5│호텔
억눌렸던 레저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호텔 산업이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호텔 객실 1개당 평균 매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각각 14% 및 13% 증가했다. 호텔 업계는 인력 부족과 공급망 어려움 속에서도 팬데믹 이전과 마찬가지로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계 재정이 불안정해지면서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해져 가격 대비 고품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호텔 업계 매출에서 레저 여행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즈니스 여행은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 2024년 말까지 비즈니스 여행은 팬데믹 이전보다 10~20% 줄어든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6│기타: 디지털 경제 관련 시설, 특수 주거시설, 생명과학 시설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디지털 경제 부문 부동산 시장은 유틸리티 비용 변동성에 크게 좌우된다. 광케이블 밀도와 품질, 클라우드 접근성 등이 신규 시설의 위치를 정하는 데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거주 시설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2030년에 이르면 전 세계 인구 6명당 1명이 60세 이상이다. 따라서 향후 5년간 노인 요양 시설 매출은 6.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을 계기로 생명과학 시설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관련 시설 신규 착공 건수가 사상 최고 수준을 보는 만큼 공실률이 상승하겠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을 한참 하회해 임대료 상승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부문 액션플랜 제언
부동산 시장이 자산 유형별로 상이한 궤적을 그리는 가운데 부동산 기업 리더들은 위험 요인을 줄이고 운영 및 규제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자본 구조, 투자자 기대, 리스크 수용력 등을 고려해 보수적 또는 선제적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
보수적 액션플랜으로는 은행 대출 기준이 엄격해진 만큼 단기적 자금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대체 자본조달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또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해 임차인 관계 및 믹스도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 용지 선택과 자산 품질에 대해 더욱 철저한 실사를 이행해 단기적 안정과 장기적 성과를 사수해야 한다.
선제적 액션플랜으로는 디지털 경제 관련 시설 등 대체 자산으로 눈을 돌려 투자 다각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기 하강 속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유동성이 풍부한 부동산 기업의 경우 저가 매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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