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24>] 새해 한국인의 마음에 삼태극을 담자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에는 대한민국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부터 착용한 대표팀 새 유니폼은 홈경기용과 원정 경기용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홈경기용은 호랑이와 도깨비를 소재로 디자인했다. 호랑이의 용맹스러운 힘과 기개를 담았고 모든 상황에 두려움 없이 맞서는 도깨비의 신비한 힘을 심었다. 상의와 하의가 만나는 부분은 호랑이 꼬리를 표현했는데 끈질긴 투지와 열정의 상징이다.
원정 경기 유니폼은 우리나라 전통 문양인 ‘삼태극(三太極)’을 주제로 디자인했다. 삼태극은 원이 세 개로 분화되어 서로 연결되어 있는 태극 문양이다. 삼태극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동양철학을 담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곳곳에 널리 퍼져있다.
삼태극은 천지인을 의미하며 각각 빨강·파랑·노랑 삼원색으로 표시한다. 삼태극은 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밖으로 도는 원심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운이고, 안으로 도는 구심은 세계를 우리에게로 끌어들이는 기운이다.
이 유니폼이 공개되자 나라 안팎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해외 축구 전문가들이나 축구 팬은 감탄에 가까운 찬사를 쏟아냈다. ‘대담하고 기발한 디자인이다’ ‘환상적이고 활기찬 느낌을 준다’ ‘매력적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만들지 못하나’.
해외 축구팬들은 홈경기용 유니폼도 좋지만, 삼태극이 들어있는 원정 경기용 유니폼이 더 좋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질문이 있다. “빨강과 파랑은 코리아 국기에 있는 색인데 노란색은 무슨 뜻이냐”
노랑의 의미는 중간 영역, 조화, 조절,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도를 뜻한다. 그리고 귀중함을 나타내는 황금색이기도 하다. 극과 극이 직접 마주치면 충돌과 마찰이 일어난다. 파괴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완충과 조절을 하고 조화롭게 이끌어줄 세력이 필요한 것이다. 빨강·파랑·노랑이 함께 있어야 완전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양태극보다 삼태극을 더 좋아하였다. 미술·건축·공예·음악 등에 삼태극 문양을 즐겨 사용하였다.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전통 부채에도 양태극이 아니라 삼태극 문양이 대부분이다. 한옥 대문에 크게 그려 넣은 태극도 삼태극이 더 많다. 이유는 자명하다. 갈등과 마찰 없이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꿔왔기 때문이다.
삼태극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간 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다. ‘88 올림픽’의 상징 휘장이 바로 삼태극이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코리아, 세계를 끌어들이는 코리아, 평화를 사랑하는 코리아의 염원을 담은 멋진 엠블럼이었다. 디자이너 양승춘 교수의 작품이고 당시 총괄 책임자는 고(故) 이어령 교수였다. 동서 비교문화에 조예가 깊은 이어령 교수의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협업이란 무엇인가. 서로 다른 강점을 연결하여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문제는 서로 다름을 바로 연결하면 충돌과 마찰이 생기고 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조정자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양극단은 무엇인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부자와 빈자, 기업인과 노조 그리고 남과 북이 있다. 극과 극이 바로 부딪치면 파국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양태극이 아니라 삼태극이다. 매사를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는 극단적 양자 대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 한류(韓流) 현상을 연구하다가 삼태극을 재발견하였다. 삼태극에 협업의 근본 철학이 담겨있다. 우리 조상은 그 오래전에 이런 상생과 번영의 철학을 어떻게 하나의 도형에 담아냈을까. 대한민국은 악착같이 노력하여 식민지 고통과 전쟁 폐허를 딛고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다. 이제 양태극이 아니라 삼태극 정신으로 세계를 리드해야 할 시점이다. 새해 우리 마음속에 삼태극을 담고 살면 좋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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