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야 할 중국 경제의 다중 리스크
2023년을 되돌아보면 거듭되는 악재로 고통받은 한 해였지만, 연말부터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대외적으로는 주요국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현상이다.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수출 경기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높은 지정학적 긴장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심화되는 등 기존 대외 리스크가 여전히 우리 경제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군수산업 수출 증가 같은 반사이익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어서 현실적으로 체감도가 가장 큰 위협 하나를 꼽자면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다중 리스크(multiple risks)라 할 수 있다.
우선,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내지는 저성장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최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상대국 다변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국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해, 제1의 수출 상대국인 만큼 중국 경제의 둔화 내지는 저성장에 따르는 수입 수요 감소가 가져올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급변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기지 금리 인하, 주택 구입 제한 완화, 대도시 빈민촌 재개발 계획 추진 등 적극적인 부양 조치에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변할 시에는 국내 수출은 물론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충격을 받게 된다. 중국 부동산 투자가 8% 감소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0.6%포인트, 글로벌 교역은 1.3%포인트, 글로벌 주가지수는 10% 정도 하락할 수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록 장기적인 이슈이긴 하지만, 주요국의 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본격화될 경우 발생할 리스크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미 진행 중인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전략 산업에 대한 중국 디리스킹만 문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향후 희토류나 식량, 에너지 같은 자원을 포함해 산업 전반에 대한 공급망으로 중국 디리스킹이 확산할 경우 우리 경제는 중장기적으로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과 OECD 간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끼리 공급망 구축) 또는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이 현실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GDP가 각각 4.0%, 10.2%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만큼 대응 전략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상의 리스크와는 성격과 영향의 정도가 크게 다르지만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의 윈도 쇼퍼(window shopper·실구매력이 낮은 소비자)화 역시 리스크일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으로 방한 유커 규모가 회복세에 있긴 하다.
다만, 그 규모는 단체 관광이 불가능했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의 30% 정도에 불과하고, 위안화 약세와 국내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구매력이 하락하면서 기대만큼 국내 소비 진작이나 여행 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발 호흡기 질환의 팬데믹화 등 중국 경제가 가진 리스크는 한둘이 아닐 것이지만, 현실화했을 경우를 고려하면 어느 하나 충격이 크지 않은 것이 없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