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질문에 답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불통 신년사’ [사설]

한겨레 2024. 1. 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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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며 "민생 현장 속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수 여론의 찬성 속에 사상 초유의 대통령 부인 특검법이 통과됐는데도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일언반구의 해명이나 성찰도 없었다.

대통령이 국민과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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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4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며 “민생 현장 속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과 국정의 난맥상에는 눈감은 채 자화자찬과 낙관적 전망에만 치우친 신년사였다. 다수 여론의 찬성 속에 사상 초유의 대통령 부인 특검법이 통과됐는데도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일언반구의 해명이나 성찰도 없었다.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나아지고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올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민간 소비, 투자 등 내수지표에는 오히려 적신호가 켜졌다. 연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현실화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지난 한해 동안 잘 관리해왔다”는 말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전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주요 경제·민생 부처 장차관들이 줄줄이 총선에 차출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는 약속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엑스포 유치 참패로 비판받았던 순방 외교에 대해서도 “취임 후 지금까지 96개국 정상들과 151차례 회담을 갖고, 우리 기업과 국민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운동장을 넓혔다”며 “새해에도 일자리 외교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과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윤 대통령은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거나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을 열쇳말로 정치적 반대 세력에 날을 세웠다. 협치보다 대결의 정치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생 최우선이라는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정작 자신 주변의 불법 의혹과 불공정 문제에는 입을 다물었다는 점이다. 현시점에서 국민들이 가장 답을 기다린 사안은 정국의 첨예한 현안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인식이나 대처 방안에 대해선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신년사 형식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낭독에 그쳤고 언론의 질문은 아예 차단됐다. 윤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만 재확인한 신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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