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 BOOK> 2024 ‘이코노미조선’·교보문고 10대 추천 도서] 분초 다투며 AI와 티키타카하고, 착한 즐거움 추구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확산하고 경제 불황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이 급격히 발전하며 산업·노동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안팎의 불안이 가중되고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이 속출하는 가운데 현 경제·사회 변화를 분석해 전망을 제시하는 트렌드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이코노미조선’은 교보문고와 함께 ‘2024 10대 추천 도서’를 선정,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를 이끌 핵심 트렌드와 키워드를 꼽았다. △분초 사회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 △인공일반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 △미·중 갈등과 중국 경제 회복 △2000년대생 △착한 즐거움과 절약 등이다.
1│분초 사회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이다.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면서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졌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 밀도가 높아지며, 우리 사회가 가속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시간이 금이다’라는 격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2│호모 프롬프트
인간 고유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창작에 도전장을 내민 챗GPT는 발표 시점부터 내내 큰 충격이었다. 그림, 소설, 코딩, PPT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사람에게 ‘이제 내가 AI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실존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호모 프롬프트란 AI와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 그리고 AI와 말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질문과 대답 과정을 지칭한다. 생성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을 포괄한다. 자신만이 보유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고양하는 방향으로 각종 AI와 ‘티키타카(tiqui-taca)’를 통해 AI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3│AGI 시대
AGI는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에서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넓은 의미의 AI를 뜻한다. AGI는 인간의 모든 지능을 모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GI는 인간처럼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언어와 세상을 이해하고, 각종 업무를 수행한다. AGI가 실현된다면, 많은 일자리가 소멸하거나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AGI는 제조, 운송,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다. 미국의 AI 연구자 벤 고르첼은 AGI 시대가 2~3년 내에 올 것이고, AGI가 인간 일자리의 80%를 대신하고 인간은 AGI가 버는 수익을 세금, 기부로 환수해 기본 소득 세원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본 소득이 시행되면 인간이 노동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자기 계발, 자원봉사, 여가 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아실현을 위한 자기 계발 시대가 오는 것이다.
4│미·중 갈등과 중국 경제 회복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은 202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 중국과 경쟁과 갈등으로 인해 기업이나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이 늘고 있다. 향후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미국 정부는 대중 압박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고, 양측 모두 갈등 수준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24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정국에서는 다시 한번 더 중국 봉쇄 및 중국 견제가 중심 의제로 등장할 개연성이 있어 상호 견제 약화를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5│2000년대생
2000년대생은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의 첫 번째 세대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이들은 늘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살아왔다. 그들은 많은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초합리적인 특성을 보인다. 또한 융통성보다는 원칙을 중시하고, 어중간하고 애매한 상태를 싫어한다. 이들이 속한 기업 조직에서 갈등을 막기 위해선 원칙을 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6│착한 즐거움과 절약
장기화하는 경기 불황은 절약의 일상화를 불러일으켰다. 주의해야 할 것은 과거의 절약 트렌드처럼 무조건 아끼기만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여가 생활에 돈을 쓰되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하며, 즐길 건 즐기되 친환경적으로 착하게 즐기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편의점처럼 언제든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인 ‘콘비니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콘비니짐은 일본어 콘비니(편의점)와 gym(짐)의 합성어다. 기존 대형 종합 피트니스센터는 금전적 부담이 크다. 또한 일본에선 캠핑을 즐기는 사람 사이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친환경 착화탄이 캠핑족 핫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Plus Point
Interview 허영진 교보문고 도서구매팀 경제경영 PM
“AI 관련 도서 출간 늘어…‘기본’ 다루는 책 인기 전망”
“2023년에는 AI 관련 책이 많이 출간됐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 등 올드 보이들이 쓴 이미 검증된 책 판매가 늘었다. 2024년에는 기본기를 다지고 도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허영진 교보문고 도서구매팀 경제경영 PM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코노미조선’과 교보문고가 진행한 ‘2024년 트렌드’ 책 추천 과정에 직접 참여해 도서를 선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3년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둔 책 분야는.
“하나의 키워드를 고르자면, 생성 AI 서비스인 챗GPT다. 2023년 해당 키워드로 경제·경영, 자기 계발, 인문, 청소년, 가정생활 등 16개 분야에서 254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정작 베스트셀러에 오른 도서는 200위권에 있는 ‘챗GPT: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뿐이다. 이 책은 챗GPT 관련 도서 중 가장 먼저 출간됐는데, 후속 출간물들이 이 책의 확장판 같은 느낌을 주면서 특정 도서의 판매 수량 견인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2022년 30위 내에 들었던 ‘돈의 속성’ ‘나는 장사의 신이다’ 등 도서 9종이 올해도 30위권에 포함됐다. 2023년 출판계에 팬덤 이슈가 있었는데 김승호 작가의 경우 팬덤이 매우 두꺼운 케이스다. 이외에도 OOO에디션, OO주년 기념판, 리커버 등으로 구간 판매가 계속되는 현상,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경영 컨설턴트 보도 섀퍼 등의 올드 보이들의 책 판매가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검증된 도서만 구매하려고 하는 것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또 경제가 어려울 때 자기 계발서가 호조를 보인다는 출판계 속설이 있는데, 2022년 대비 2023년 베스트셀러에 자기 계발서가 대거 등장했다. ‘세이노의 가르침’ ‘원씽(The One Thing)’ ‘역행자’ 등이다.”
2024년 트렌드 도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추천 트렌드서는 가까운 미래에 이슈가 되거나 주도권을 쥘 만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의 경우 생성 AI 이른바 ‘약인공지능’이 10년 후면 AGI로 발전하리라 전망하고, 이 추세가 바꾸는 사회와 비즈니스, 산업 전반을 다루고 있다. 키워드를 ‘트렌드’로 잡아보면, 10년 전에 경제·경영 한정 14종이었다가 5년 후엔 세 배인 42종, 10년 후인 2023년에는 43종으로 5년 전과 큰 차이가 없어, 기존 정평이 나 있던 트렌드서들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로 나오는 트렌드서들은 예전처럼 ‘트렌드’를 전면으로 내세운 네이밍을 하지 않거나 색다른 시각을 입혀 출간하면서 승부를 보는 추세다. 과학이나 종교, 정치·사회 분야 등 타 분야에서 트렌드서 발간이 늘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트렌드서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책 소비 변화가 있다면.
“여행서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다 보니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여행 분야 10위권에 일본 여행서가 7종 포함돼, 일본 여행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만화의 약진이다. 2023년 한 달도 성장세가 떨어진 적이 없었다. 2023년 연간 15%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고 팬데믹 기간 내내 성장했다. ‘슬램덩크 극장판’과 ‘스즈메의 문단속’이 2023년 가장 흥행한 영화이기도 했고, 팬데믹 기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코믹스 원작 애니메이션이 대거 소개됐다.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브 컬처에 대한 수용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그렇다.”
2024년 읽을 한 권의 책을 추천해달라.
“2023년 하반기에 출간된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를 추천한다. 과학 분야 책이고 후생유전학을 비교적 쉽게 다루고 있다. 사람이 인생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좋은 경험을 하면 당연히 더 좋은 삶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의 후생유전학은 DNA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유전자 정보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고 있다. 어떤 경험과 선택들은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다음 세대로 유전될 수 있다. 타고난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바른 선택을 하고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삶의 진리를 후생유전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어서, 일종의 자기 계발서나 인문서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 인기 책을 전망한다면.
“기본을 다루는 책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늘 등장하는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2023년 말에 다시 인기를 얻었다. 투자 종목이나 지역, 개발할 역량 등을 직접 짚어주는 책보다는 기본기를 다지고 도약을 준비하도록 돕는 책이 독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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