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계획이라도 실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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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다시 새해를 맞는다.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달까? 분명 지키지 못할 일들을 계획하다가 자책감과 후회감만 커질 거라 생각하니 새로운 각오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새롭게 계획을 짜고, 새 다짐을 하는 것이 언젠가부터 공연한 일이 아닐까, 지나치게 수선을 떠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 앞으로 일어날 것에 대해 계획하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기쁘고 건강한 자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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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다시 새해를 맞는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가버린 지난해가 아쉽기만 하다. 이루지 못한 일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새해를 맞다 보니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에 그다지 동요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달까? 분명 지키지 못할 일들을 계획하다가 자책감과 후회감만 커질 거라 생각하니 새로운 각오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새롭게 계획을 짜고, 새 다짐을 하는 것이 언젠가부터 공연한 일이 아닐까, 지나치게 수선을 떠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담담하고 쿨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게 연륜이지'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력의 첫 장을 넘긴다는 것, 또 다른 새해가 왔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 앞으로 일어날 것에 대해 계획하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기쁘고 건강한 자극 중 하나다. 신경과학연구에 의하면 미래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고 한다. 도파민은 우리 뇌가 미래에 대한 인지적 업무를 수행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기도 하지만 기쁨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쥐는 인간과 같이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쥐에게 미래 예측 행동을 할 때마다 코카인을 투여한 실험이 있었다. 그러자 쥐는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거듭 미래 예측 행동을 반복하였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미래를 계획할 때 행복 도파민이 분비된다. 미래 예측을 가장 많이 하는 이맘때쯤 새로운 시작에 그나마 살짝 설레고 들뜬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신상을 살 건지, 이것저것 고르고 계획하는 것이 물건을 실제로 사는 순간보다 더 큰 행복감을 줄 수 있다. 여행 일자를 미리 잡고 어디를 들를지, 무엇을 먹을지 등 들떠 있을 때가 실제 여행하는 것보다 더 즐거움을 준다. 원하던 물건이지만 기쁨은 구입한 직후일 뿐이다. 들떠서 간 여행에서 티격태격하면서 고생하다 보니 처음, 시작의 그 설렘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지나치게 목표를 높게 잡지 말고 기대는 적당히 해야 한다고들 한다. 설렘과 기쁨이 지나간 자리엔 결국 실망만이 남기 마련이니. 습관처럼 돌아오는 새해에 이것저것 해내지도 못할 계획은 세우지 말고 현실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다짐할 수 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새해인데, 설사 모두 달성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 어떤가. 올해는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야.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거야.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서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야지 생각하면서 조금 들뜬다고 해서 나쁠 게 뭐가 있으려나. 그러한 설렘으로 조금 들떠보는 것, 어쩌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일매일이 어제와 다르지 않고, 매년 그게 그거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으려나.
결말을 알고 봐도 재미있는 영화가 있고, 그 끝이 뭔지 알아도 삶의 매 순간은 의미가 있다. 생각에 그칠지라도, 계획에 불과할지라도 마음껏 생각하고 계획하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이맘때만 할 수 있고 또 비용도 들지 않는데 그마저 인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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