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라면 예찬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4. 1. 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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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라면 관련 게시물이 종종 올라온다.

그는 불과 한 달 전에도 "형 라면 쇼핑했다"는 짧은 글과 함께 직접 구매한 12종류의 라면 사진을 올렸다.

라면은 누구나 1000원 한 장으로 즐길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학업과 취업 걱정으로 잠 못 드는 10·20대, 출산과 주택 문제로 고민하는 30·40대, 인기 연예인, 재벌가 오너까지 라면 한 그릇에서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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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라면 관련 게시물이 종종 올라온다. 그는 불과 한 달 전에도 "형 라면 쇼핑했다"는 짧은 글과 함께 직접 구매한 12종류의 라면 사진을 올렸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도 제각기 자신만의 레시피로 라면을 끓이는 연예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민·정국·진 등 BTS 멤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라면 애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사진부터 찍고 보는 요즘 10·20대들도 각자의 라면 노하우 알리기에 진심이다.

라면은 누구나 1000원 한 장으로 즐길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학업과 취업 걱정으로 잠 못 드는 10·20대, 출산과 주택 문제로 고민하는 30·40대, 인기 연예인, 재벌가 오너까지 라면 한 그릇에서 행복을 느낀다. 자유와 더불어 민주주의의 양대 가치 가운데 하나인 평등을 차가운 자본주의 현실에서 실체적으로 구현해내는 아이템이 라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라면은 지난해 9월 60주년을 맞았다. 이젠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대표 K푸드로 자리매김했다.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사모아 사람들은 육개장사발면을 거의 매주 하나씩 먹는다. 라면의 원조인 일본에서조차 한국 라면의 맛과 포장을 흉내 낸 '짝퉁' 라면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K라면 해외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2018년 1조원을 조금 넘었던 라면 해외 판매액은 지난해 3조원에 육박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일부 업종에 쏠린 수출산업 지형도를 다변화하는 주역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신년 벽두부터 라면 생각이 절실한 것은 비단 추운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고물가·고금리로 가계 살림살이는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작년 3분기엔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11만4900원)이 의류·신발 지출액(10만4000원)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대출 이자를 내느라 옷 사 입을 돈을 줄인 것이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은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기업 도산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 하나가 무너지면 거래관계에 있는 유관 기업들까지 도미노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누구나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해외에서조차 큰 사랑을 받아 경상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 라면과 같은 소비재가 더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최재원 컨슈머마켓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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